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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 "백신 개발 체계 미흡…축적된 경험 등 격차 커"(종합)

등록 2020.12.22 16: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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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넥신·SK바이오사이언스·셀리드·진원생명과학

이달 말까지 코로나19 백신 임상 착수 예정

내년 하반기~2022년 목표 백신 개발 추진

개발중인 코로나19 제넥신 DNA 백신.

개발중인 코로나19 제넥신 DNA 백신.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방역당국이 해외 제약사에 비해 더딘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관련, "백신 개발을 계속 추진할 동력과 이를 지원하는 체계 등이 미흡했다"고 밝혔다.
 
권준욱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2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국내 연구기관이 개발 중인 백신 후보물질은 이제 겨우 비임상(동물 실험)을 거쳐 임상 1상에 진입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영국 등은 이미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지난 2일 영국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하고 접종을 시작했고, 11일 미국도 제약사 모더나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하고 지난주 초부터 접종에 들어갔다.

권 부본부장은 "국내 백신은 긴급 사용 승인을 받아 일부 국가에서 접종이 시작된 화이자, 모더나와 같은 mRNA 플랫폼 백신 연구 자체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성공 가능성이 조금 더 낮은 방식의 백신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몸에 바이러스가 아닌 전령 RNA(mRNA)를 넣어 항체 형성을 유도하는 '핵산 백신'이다.

권 부본부장은 국내 연구기관과 기업체의 백신 개발이 세계의 다른 기업에 비해 늦은 이유에 대해 "치료제, 백신의 분과위원회나 실무추진위원회 등을 통해 점검해 보면 축적된 경험, 연구에 쏟아부은 투자, 인력, 더 나아가 임상시험 체계, 네트워크, 거버넌스 등이 총체적으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제약사가 과거 지카, 에볼라 같은 감염병이 출현했을 때 백신 개발 기술과 경험, 인력 등이 축적된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뒤쳐지게 됐다는 게 권 부본부장의 설명이다.

권 부본부장은 "해외 연구기관은 이미 출발선상에서 한참 앞에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이)진행돼 그만큼 빠르고 신속하게 진행됐지만, 우리나라는 사실상 신종 감염병 백신 개발을 추진할 동력과 지원하는 체계가 미흡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보완해 시간이 축적되면 그 이후에 닥치는 상황은 대응할 수 있으리라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넥신, SK바이오사이언스, 진원생명과학, 셀리드 등 국내 제약사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4종은 내년 중 3상 시험 완료를 목표로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권 부본부장은 " DNA 백신이 2종, 합성항원 백신이 1종, 전달체 백신 1종이 각각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2021년 중에 임상 3상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국내 임상 승인을 받은 코로나19 백신은 제넥신 'GX-19'를 비롯해 SK바이오사이언스 'NBP2001', 셀리드 'AdCLD-CoV19', 진원생명과학 'GLS-5310' 등 4종이다.

해당 제약사들은 이달 말까지 코로나19 백신 임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백신은 건강한 성인에게 투여돼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하게 된다. 효능은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중화항체가 얼마나 생기는지 뜻하는 면역원성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평가한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늦으면 2022년을 목표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가장 속도를 내고 있는 곳은 제넥신이다. 제넥신은 코로나19의 염기서열 일부를 복제한 후 이를 인체에 투여해 면역 형성을 돕는 'DNA 백신' GX-19를 개발 중이다.

식약처로부터 지난 6월11일 동물실험을 통과한 백신 후보물질을 사람에게 처음 투여하는 단계인 '임상 1상'과 약효와 투여량 등을 관찰하는 '임상 2a상'(전기 임상2상)을 승인받았다. 내년 상반기 임상 3상까지 완료하는 게 목표다.

제넥신의 뒤를 쫓고 있는 것은 SK바이오사이언스다. 이 제약사는 항원 단백질 일부를 투여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합성항원' 백신 'NBP2001'을 개발 중이다. 이 백신은 지난달 23일 식약처로부터 임상 1상을 승인 받았다.

셀리드의 'AdCLD-CoV19'와 진원생명과학의 'GLS-5310'은 지난 4일 식약처로부터 임상 1상 및 2a상을 각각 승인 받았다.

셀리드가 개발 중인 '바이러스전달체 백신'은 감기를 일으키는 아데노바이러스에 실려 몸 속으로 들어간 유전자가 코로나19의 단백질을 생산하면 인체 면역체계는 이를 침입자로 인식해 중화 항체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진원생명과학의 백신은 코로나19의 유전자 일부를 변형해 제조하는 DNA백신이다.

방대본에 따르면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는 22일 0시 기준 93개 병원에서 1994명의 환자에게 투여됐다. 렘데시비르는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사가 애초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한 항바이러스제다. 지난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중증 이상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을 받아 코로나19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한국 파스퇴르연구소에서 열린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 합동회의'에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서 우리가 앞서갈 수 있고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부터 8개월이 지났지만, 국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은 더딘 상황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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