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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전 남편 밑반찬 챙기라고?"…임신부들 부글부글

등록 2021.01.06 1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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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출산 정보센터, 출산 전 남편 속옷·밑반찬

출산 후 체중관리 "결혼 전 입었던 옷 걸어둬라"

"이런 가이드를 서울시에서 뿌렸다는게 안 믿겨"

"출산전 남편 밑반찬 챙기라고?"…임신부들 부글부글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출산이 임박한 임신부에게 남편 속옷과 밑반찬을 미리 준비하라는 내용 등을 서울시가 임신·출산 정보센터에 안내해 비판이 나오고 있다.  

4월 출산예정인 이모(35)씨는 6일 뉴시스에 "서울에 사는 임산부 중 50%가 맞벌이일텐데 반찬해놓고 치약 사놓고 속옷까지 준비해두고 애 낳으러 가라는 게 할 말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씨는 "저도 그렇고 주변에 막달까지 회사를 다니는 여성들이 많다"며 "자기 몸 챙기랴, 병원 다니랴 울면서 회사 다니는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아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론 전업주부라도 출산하러 가기 전에 산모 본인보다 남편을 챙기라고 조언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가이드를 서울시에서 뿌렸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다음달 출산을 앞둔 이모(32)씨도 "임신 막달에 제 몸 하나 챙기기도 힘든데 남은 식구들 밥이랑 옷가지까지 챙겨두고 가야하느냐"며 "하더라도 자발적으로 걱정이 돼서 하는 것과 저런 식으로 공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보여주는 것은 다르다고 본다. 구시대적인 방식을 강요하고 안하는 임신부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려는 것이냐"고 말했다.

이씨는 "일단 저 포함 주변은 아기 낳으러 가기 전에 하는 아기옷, 손수건 빨래나 아기용품 소독도 미리 안하는 임신부들이 많다"며 "조리원에 있는 동안 남편들이 집에서 하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임신부를 둔 남편도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채모(34)씨는 "대부분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상황인데 가족 구성원 한명에게만 가사 노동의 책임을 부여하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며 "게다가 그 대상이 여성인 점은 시대를 역행하는 인식이라고 본다. 서울시라는 거대한 조직에서 이 정도 내용도 걸러내지 못한건 정책 실패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맘카페에서도 관련 게시글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서울=뉴시스] 정윤아기자= 서울시가 2019년 개설해 운영 중인 '서울시 임신·출산정보센터'에 게시된 내용 중 임신 말기 행동요령을 안내하는 부분에 '남편 및 가족 밑반찬 챙겨두기, 남편 속옷 챙기기'등이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사진=서울시 임신·출산정보센터' 캡쳐)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서울시가 2019년 개설해 운영 중인 '서울시 임신·출산정보센터'에 게시된 내용 중 임신 말기 행동요령을 안내하는 부분에 '남편 및 가족 밑반찬 챙겨두기, 남편 속옷 챙기기'등이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사진=서울시 임신·출산정보센터' 캡쳐)

상암 맘카페 회원은 "만삭에 걸레질을 어떻게 하느냐"며 "배가 무거워 걷기만 해도 허리가 끊어지는데 운동 삼아 걸레질을 하라니 화가 난다"고 말했다.

다른 회원은 "이게 무슨 이야긴가 싶다"며 "말로만 출산장려고 실제로는 비혼 장려 정책 아니냐"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시가 2019년 개설해 운영 중인 '서울시 임신·출산정보센터'에 게시된 내용 중 임신 말기 행동요령을 안내하는 부분에 '남편 및 가족 밑반찬 챙겨두기, 남편 속옷 챙기기' 등이 내용이 포함됐다. 출산을 앞둔 산모 본인의 안위보다는 남편을 우선 챙기라는 것으로 읽혀 논란이 됐다.

또 임산부의 출산 후 체중관리에 대해 "결혼 전에 입었던 옷이나 작은 사이즈의 옷을 사서 눈에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고 자극을 받도록 한다"는 글도 있다.

'집안일을 그때그때 하고 운동량을 늘립니다'라는 내용에는 "청소나 설거지 같은 집안일을 미루지 말고 그때그때 한다면 특별한 운동을 추가로 하지 않아도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적혀있다. 비판이 일자 관련 내용은 사이트에서 삭제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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