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갖고 왜 그래?"…삼성, '2300억' 과징금 맞은 까닭
급식 회사 삼성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 4곳 단체 동원
2013~2021년 이익률 16%, 경쟁사 '3배'
외부 사업장서는 '마이너스 수주' 불공정
"총수 주식 많은 회사 장기간 부당 지원"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 등 전자 계열사 4곳과 삼성웰스토리에 부당 지원 행위 기준 역대 최대 과징금인 2349억원을 부과하고,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삼성전자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렇게 밝혔다. 삼성이 여러 계열사를 동원해 단체 급식 계열사 삼성웰스토리에 조직적으로 일감을 몰아주고, 높은 이익률까지 보장해준 데 따른 정부 차원의 제재다.
삼성웰스토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 주주였던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의 100% 자회사였다. 제일모직-옛 삼성물산 합병에 도움이 되는 캐시 카우(Cash Cow·수익 창출원)로 키우기 위해 부당 지원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급식 몰아주기, 왜 문제가 되나
삼성이 자사 계열사에 일감을 주는 것이 뭐가 문제인지 알아보자.
현행 공정거래법(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에서는 계열사처럼 특수 관계에 있는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인력·부동산·상품을 제공하거나,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삼성웰스토리에 사내급식 물량을 100% 몰아줘 높은 이익률이 보장되도록 계약 구조를 설정해 준 삼성전자 등 4개사와 삼성웰스토리에 과징금 2349억원을 부과하고, 삼성전자와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을 고발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1.06.24. [email protected]
삼성 미래전략실이 삼성웰스토리에 유리한 조건을 보장했다는 사실은 공정위의 수차례 조사 결과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삼성웰스토리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9년간 삼성전자 등 전자 계열사 4곳의 구내식당 물량 100%를 수의 계약으로 독식했다.
삼성 미래전략실은 계열사에 "구내식당은 삼성웰스토리에 맡기라"고 지시하며 ▲식자재비 마진 보장 ▲위탁 수수료 명목으로 인건비 15% 추가 지급 ▲물가·임금 인상률 자동 반영 등을 내세웠다. 현행법상 금지된 '유리한 조건'이다.
삼성전자 등 전자 계열사 4곳은 삼성웰스토리가 공급하는 식자재 가격이 적정한지 시장 가격 조사에 나섰지만, 미래전략실에 의해 강제 중단됐다. 2014·2018년 삼성전자의 구내식당 경쟁 입찰 시도 또한 미래전략실에 의해 무산됐다.
그 결과 삼성웰스토리는 2013~2021년 평균 25.3%의 직접 이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LG 계열 아워홈, 현대백화점 계열 현대그린푸드 등 경쟁사 11곳의 평균 이익률(3.1%)의 5배 수준에 이르는 15.5%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웰스토리는 외부 구내식당 일감을 따낼 때 영업이익률 '마이너스(-) 3%'를 목표로 달려들었다. 주력 계열사를 등에 업고 '적자 수주'에 나서는 삼성웰스토리를 다른 독립 단체 급식업체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일감 몰아준 삼성, 업계 1위 육성 목적?
삼성웰스토리가 제일모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부터 알아보자. 제일모직의 전신은 과거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율 25.1%를 보유해 최대 주주였던 삼성에버랜드다. 삼성에버랜드는 2013년 12월 푸드 컬처(FC) 사업부를 자회사 삼성웰스토리로 분리하고, 2014년 12월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바꿨다.
이후 제일모직은 2015년 9월 옛 삼성물산과 합병한 뒤 사명을 삼성물산으로 고쳤다. 삼성에버랜드의 최대 주주였던 이재용 부회장이 2년여 만에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가 된 것이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을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았다.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율 4.1% 덕분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과거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을 통해 갖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율 7.2%에 삼성물산 몫 4.1%를 더해 지배할 수 있게 됐다.
삼성웰스토리는 제일모직-옛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영업이익률이 경쟁사의 5배에 이를 만큼 돈을 잘 벌어 모회사 제일모직의 덩치를 키웠고, 이는 옛 삼성물산과의 합병 비율을 유리하게 산정하는 계기가 됐다.
[서울=뉴시스]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 2016년 매출 28조1026억원, 영업이익 1395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삼성웰스토리 몫 영업이익이 1098억원에 이른다.
공정위에 따르면 제일모직-옛 삼성물산 합병 당시 담당 회계법인이었던 삼정KPMG는 삼성웰스토리 가치를 2조8000억원으로 봤다. 옛 삼성물산 가치(3조원)의 93.3% 수준이다. 제일모직이 옛 삼성물산과 합병한 뒤 처음 공시한 2015년 9월 분기 보고서를 보면 전체 영업이익의 74.8%가 삼성웰스토리에서 나왔다.
또 2015~2019년 이재용 부회장 일가가 최대 주주인 삼성물산은 삼성웰스토리로부터 총 2758억원을 배당금으로 받아 갔다. 삼성웰스토리의 배당 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의 비율)을 연도별로 보면 2015년 99.0%, 2016년 67.9%, 2017년 114.6%, 2018년 71.4%에 이른다.
공정위 조사했지만 총수 일가 개입 증거는 없어
삼성 미래전략실이 이런 부당 지원안을 만든 목적이 삼성웰스토리의 영업이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사실은 삼성웰스토리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당시 삼성에버랜드 전략 담당 사장)에게 보고한 문건에서도 확인됐지만, 이밖에 다른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장에 출석하고 있다. 2021.01.18. [email protected]
공정위는 "삼성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와 승계 과정의 연결점은 확인하지 못했다. 포렌식 등 합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관련 자료를 다 수집하고 분석했지만, 총수 일가와의 관련성을 입증하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다만 삼성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가 제일모직-옛 삼성물산 합병에 기여했다는 추정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핵심 포인트는 캐시 카우로서 삼성웰스토리의 역할이다. 이 사건은 캐시 카우로서 삼성웰스토리를 활용하기 위해서 미래전략실 주도로 이뤄졌다. 제일모직 입장에서 삼성웰스토리는 합병에 도움이 된 것"이라고 짚었다.
삼성 입장은 "정상거래" 행정소송 예고
부당 지원 지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당시 경영진은 '(임직원에게) 최상의 식사를 제공하라, 식사 품질을 향상하라, 직원 불만이 없도록 하라'는 것뿐이고, 회사로서도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얘기다.
삼성은 공정위를 상대로 송사를 벌이겠다는 계획이다. 공정위로부터 의결서를 받으면 이를 검토해 행정 소송을 제기하고, 법적 절차를 밟아 "정상 거래였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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