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생산' 모더나, 국내부터 도입?…시험대 오른 '백신 리더십'
삼바가 국내서 모더나 백신 생산해도
모더나 본사가 국가별 백신량 결정
"협상력 발휘해 내년도 백신 선구매해야"
[베를린=AP/뉴시스] 지난 2월17일 촬영한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2021.07.27.
삼바가 지난 5월 모더나와 체결한 메신저 리보핵산(mRNA) 코로나 백신 충진포장(DP) 위탁생산 계약에 따라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이 완제품으로 나오려면 시제품 생산을 거쳐 엄격한 품질·안전성 검사와 허가 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완제품 출시 시점은 빨라야 9월 말은 돼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삼바가 생산하는 모더나 백신은 국내 뿐 아니라 미국 등 전 세계에 공급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특히 모더나 백신은 인천 송도 삼바 공장에서 생산되지만 각 국가에 백신을 얼마나 공급할지 결정하는 주체는 모더나 본사다.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모더나를 움직여 우리에게 필요한 백신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혈전 논란 등으로 얀센 백신 접종이 중단돼 모더나가 자사 백신을 미국 내 우선 공급한다고 밝히면서 백신을 손에 넣기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여기에다 모더나 백신은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에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국가 간 백신 확보 전쟁이 가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초기 백신 '지각 확보'가 국내 백신 도입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정부가 모더나와 협상에서 최대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해 국내 백신 수급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보통 백신 제조사는 계약 순서대로 백신을 공급한다. 한국은 영국, 캐나다, 유럽연합(EU), 스위스, 일본 등 다른 나라보다 늦은 지난해 12월이 되어서야 모더나와 계약을 맺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초기 백신 선구매가 잘 이뤄지지 않은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삼바가 생산하는 국내 모더나 백신 물량의 경우 정부가 최소한 선구매한 물량에 대해서는 (백신 확보) 우선권을 가질 수 있을 정도의 협상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백신을 차질없이 공급받기 위해 백신 외교와 물밑 협상에 보다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산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외산 백신에 기대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부랴부랴 백신을 들여오기 위해 애초 불리한 계약을 맺었을 가능성이 제기된 데다 화이자, 모더나 백신 등은 해외 여러 곳에 생산 기지를 구축하고 있어 자칫 생산 과정에서 문제라도 생기면 국내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우려가 있어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국내 제약사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중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은 기업은 SK바이오사이언스 한 곳 뿐이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다른 나라들이 내년 추가 접종용 백신을 선구매하고 있듯 정부도 내년에 필요한 백신의 양을 예측해 백신을 선구매해야 한다"면서 "삼바가 모더나 백신을 생산할 준비가 됐어도 백신 원액을 들여오지 못해 생산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도 가정하고 백신 확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삼바가 생산한 모더나 백신을 국내에 우선 공급하기 위해 모더나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는 동시에 백신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다른 방안도 고심 중이다. 정은영 백신도입사무국장은 "필요하면 스와프(교환)·공여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 스와프란 코로나19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가 수급에 여유가 있는 나라로부터 일부 물량을 지원받은 뒤 나중에 갚는 것을 말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