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이준석 리더십]②대여 투쟁보단 '자기 과시형' 정치 몰두
당대표 선출 두달동안 당내 주자들과 여러 신경전
지지율1위 윤석열과 입당·경선토론회 등으로 마찰
김종인 "이준석, 누가 한마디하면 꼭 반응보이는 습성"
전원책 "이 대표, 후보 광내주는게 아니라 줄 세워"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1일 서울 양천구 SBS 방송센터에서 열린 여야 당대표 토론 배틀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7.21. [email protected]
18일 뉴시스 종합결과, 이 대표는 지난 6·11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두 달여 동안 당내 주자들과 여러 신경전을 벌여왔다.
이 대표는 야권주자 지지율 1위인 윤 전 검찰총장의 입당을 압박하기 위해 여론전을 펼쳤다.
그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을 '비빔밥 당근'으로 빗대며 윤 전 총장 측으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의 조력자로 알려진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지지율 30%주자를 당근에 비유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러한 갈등은 윤 전 총장의 당초 정해졌던 입당 날짜가 이 대표측에서 새어나갔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심화됐다.
윤 전 총장은 결국 이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가 각각 지방일정과 휴가로 자리를 비운 날 기습 입당을 하며, 지도부와의 신경전을 고스란히 내보였다.
이후 이 대표는 당 경선준비위원회가 결정한 토론회 등 경선 방식과 관련, 윤 전 총장의 당 행사 참여를 종용했다.
상대적으로 토론회 준비가 부족한 윤 전 총장측이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의 캠프 정무실장인 신지호 전 의원이 언론에서 이 대표를 향해 '탄핵'발언을 해 윤 전 총장이 이 대표에게 전화로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 대표와 윤 전 총장과의 통화 녹취록이 유출되고, 이 대표측이 유출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 대표가 다시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이후 이 대표가 당 경준위원장인 서병수 의원을 선거관리위원장으로 임명하려고 시도하자 복수의 최고위원들, 윤 전 총장측, 원 전 제주지사 등이 공정경선을 저해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내홍 끝에 18일과 25일로 예정됐던 당 예비후보 토론회 대신 25일 비전발표회를 개최키로 했다.
이렇게 정리되는 듯 했던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측의 갈등은 원 전 지사가 자신과 통화한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이 금방 정리될 것'이라 말했다고 폭로하면서 다시 시작됐다.
당 안팎에서는 당 안팎의 갈등이 이 대표의 '자기 과시형' 리더십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자가 지난 6월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6.11. [email protected]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7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이 대표를 향해 "당 대표는 사소한 일에 크게 관심을 가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 대표의 최근 상황을 보면 누가 한마디를 하면 꼭 거기에 대한 반응을 보이는 습성을 보인다"며 "지나가 버릴 건 모르고서 지나가 버려야 되는데 그걸 참지 못하니까 문제가 발생하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더 나아가 김 전 위원장은 이 대표가 지난 8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행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나오지 않는 이상 현재 국민의힘이 5%이상 차이로 패할 것'이란 취지의 발언에 대해서도 "내년 대선을 준비하는 야당 대표로서 큰 실수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김 전 위원장도 이 대표의 언행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가한 것이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과시형 리더십을 통해 자기 정치를 하려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0대 당 대표'라는 신화를 만든 이 대표가 대선 국면에서 관리자 역할에 만족하지 않고 존재감을 키워 '차차기'를 노린다는 시각이다.
존재감을 키우는 데는 대세 주자인 윤 전 총장과의 갈등만한 소재가 없어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의 도발로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2030세대의 지지를 받는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시켜 존재감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해석과 함께 이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 모델을 대선에도 적용시키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당 대표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얻은 자신감과 정치적 판단에 대한 확신이 당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독단의 형태로 나타나 '이준석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국회의원 선거는 떨어졌지만 최고위원도 하고 36세에 당 대표도 하고 하니 승승장구를 하지 않았느냐"며 "그러니 자기 자신에 대한 과신이 있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거르지 않고 하려는 성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 대표는 굉장히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극적인 경험을 하다보니 그 경험이 현재 상황을 헤쳐 나가는 기준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굉장한 자신감과 확신이 있다보니 협의를 덜하고 과도하게 자기 주도적으로 끌고가게 돼 결국 갈등을 양산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보수 논객인 전원책 변호사도 최근 이 대표에 대해 "지금 당 대표는 후보들 광(光)을 내주는 일만 하면 되는데 이 대표는 자꾸 후보들 줄을 세우고 폼을 잡는다"고 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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