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금리 인상 이제 첫 발…서두르지 않겠지만 지체안해"(종합2보)
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0.5%→0.75%로 인상
"불균형 해소하는 데 역점…금리정상화 할 것"
"코로나19 영향·미 연준 정책 등 보고 판단"
"금리 인상만으로 집값 잡기 어려워"
올해 소비자물가 2.1%로 상향…성장률 4% 유지
[서울=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1.08.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이번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지만 현재의 금리 수준은 여전히 완화적"이라며"실질 기준금리도 여전히 큰 폭의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고, 이번 금리 인상이 실물경제의 기조적인 흐름에 영향을 줄 정도로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이 같이 말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그는 "이례적인 완화의 여건이 1년 반 정도 지속되다 보니 거기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대표적인 게 금융불균형인데 저금리가 끌고 온 양면성이 있는 만큼 앞으로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역점을 두고 경기 개선에 맞춰 금리를 정상화 시켜 나가는 과정을 밟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금리의 구체적인 추가 인상 시점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 총재는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지체하지도 않겠다"며 "추가 조정의 시기는 가장 큰 변수가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바뀌어서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상했던 성장 경로가 그대로 이어질지, 미국 연준의 정책과 함께 금융불균형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보고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대출 영향에 대해서는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금리 하나로 모든 것을 좌우하는 건 아니지만 차입에 의한 자산투자 수요, 차입수요를 제약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민간 신용 증가세를 완화하는데 일정부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가계 빚(가계신용)은 전분기 대비 41조2000억 늘어난 1805조9000억원으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이 총재는 그러나 "가계대출이 금리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고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대출금리가 오른다고 하더라도 경제주체들의 자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거나 주택수급에 대한 우려가 있으면 대출, 차입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상한다고 집값을 잡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7월 평균 매매가격은 11억930만원으로 전월대비 1억8117만원 상승하며 사상 처음으로 11억원을 돌파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경제주체들의 차입비용이 높아지고 위험선호 성향을 낮추게 돼 이를 통해 가계부채 증가세나 주택가격 오름세를 둔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그러나 집값은 정부정책, 수급 상황, 자산가격 상승 기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 작용하기 때문에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통화정책 접근도 필요하겠지만 정부도 다른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6일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아시아 주요 국가 중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상향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이 총재는 과도한 빚이 누적돼 부실화될 위험으로 인해 금리를 올릴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부채 함정' 상황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금리를 올렸을 경우 이자부담이 과도해진다든가, 금리를 올리면 소비와 투자 위축을 초래하는 상황, 다시말해 소비·이자 때문에 금리를 못 올릴 것 이라는 게 부채함정"이라며 "그런데 경제주체들의 이자부담 능력이나 최근 코로나 때문에 소비가 기복은 있지만 회복되고 있다는 점 등에서 볼 때 부채함정에 빠졌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 폭등 등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금융 불균형 문제에 대해서는 거시건전성 정책과 함께 통화정책 대응이 동반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금융불균형에 대해 1차적으로는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이 맞다. 실제로 감독당국도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대출 증가세 확대에 따라 거시건전성을 강화해 왔다"면서도 "감동당국이 오랫동안 규제를 강화해 왔음에도 경제주체들의 위험선호, 차입에 의한 수익추구 행위가 지속되고 있는데 거시건전성 규제가 지금보다 더 강화된다고 하더라도 저금리가 상당기간 지속될거란 기대가 같이 있다면 거시건전성 효과는 제약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집 값을 잡기 위해서는 대출규제와 함께 금리도 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가계부채 증가 등에 따른 금융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에서 금리인상이 늦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번에 금리를 인상할 것인지, 동결할 것인지 반반으로 갈렸다고 할 정도면 금리를 올리지 못할 거라고 하는 기대가 여전히 상당 부분 있다는 것"이라며 "그것을 보면 오늘 금리 인상이 뒤늦은 결정이라고 볼 수 는 없지만 통화정책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그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잠재성장률 영향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충격이 컸기 때문에 이 여건 변호를 감안해 잠재성장률을 다시 추정해 봤더니 올해와 내년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 수준이 2%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했다"며 "2~3년 전에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을 2.5% 내외로 추정했었는데 다시 보니 2.2%대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렇게 상당폭 낮아진 것은 우리 잠재성장률을 낮추는 가장 주된 요인 중 하나가 인구구조의 변화였는데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됐다"며 "여기에 코로나19의 충격으로 고용 사정이 나빠지고 서비스업의 생산이 저하된 점이 주된 하락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통위는 이날 또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0.3%포인트 높인 2.1%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 물가상승 전망치도 1.4%에서 1.5%로 0.1%포인트 높였다.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기존 4% 전망을 유지했다. 내년 성장률도 3%를 유지했다.
올해 소비자물가는 4월(2.3%), 5월(2.6%), 6월(2.4%), 7월(2.6%) 등 네 달 연속 2%를 웃돌았다. 이에 따라 올해 한은 물가안정목표인 2%를 넘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2%를 넘을 경우 2012(2.2%)년 이후 9년만에 처음으로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치를 넘게 된다.
이 총재는 "물가 상황은 최근 몇 달 동안 목표를 상회하는 상황으로 이런 수준이 당분간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물가 수준이 과도하게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수요면에서의 인플레 압력은 높아지고 있고, 생각보다 높은 수준의 물가가 생각보다 조금 더 길게 갈 가능성은 없는지 같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금통위는 고승범 위원이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내정되면서 6명 체제로 운영됐다. 6명 가운데 주상영 위원 1명이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2018년 11월 이후 2년 9개월만에 처음이다. 또 이주열 총재가 취임한 이후로는 2017년 11월, 2018년 11월 이후 세번째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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