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 길목' 사라진 대장동 수사, 이대로 막 내리나(종합)

유한기 본부장 이어 김문기 1처장도 사망

'대장동' 초과이익환수 삭제 의혹 실무자들

'특혜' 윗선 개입 여부 수사 더욱 어려워져

[성남=뉴시스] 김종택 기자 = 지난 21일 오후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이날 경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 앞에 경찰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2021.12.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지훈 위용성 기자 = 검찰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윗선' 수사가 또다시 암초를 만났다. 이른바 '대장동 패밀리'와 연결됐던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시공사) 실무자들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다.

배임 혐의의 주요 인물들 수사는 거의 마무리 된 상황에서, 그 다음 단계인 '윗선' 개입 여부를 입증해야 할 검찰 수사는 동력을 되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2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전날 숨진 채 발견된 김문기 성남도시공사 개발사업1처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에 오랫동안 관여해온 인물이다.

그는 문제의 사업협약서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삭제될 당시에도 실무를 맡고 있었기에, 관여됐을 것이라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였다. 다만, 그는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이었다.

대장동 사업자인 화천대유는 이 조항 삭제로 수천억원의 초과 이익을 얻을 수 있었던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김 처장은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기도 했다. 

김 처장은 피의자 신분이 아니었지만, 사업협약서 수정에 투자사업파트장으로서 관여했던 정민용 변호사(불구속기소), 유동규 전 성남도시공사 기획본부장,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이상 구속기소)에게는 배임 혐의가 적용됐다.

김 처장은 이들의 어떤 방식으로 사업협약서 수정 등에 관여해 배임 행위를 했는지를 입증하는 데 있어 필요한 주요 사건관계인이었던 것이다.

[서울=뉴시스]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지난 10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지난 6월 9일 포천시의회 정례회에 참석한 유 전 본부장 모습. (사진=포천시의회 유튜브 캡쳐) 2021.12.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또 한 명의 핵심 인물인 유한기 성남도시공사 개발사업본부장도 김 처장에 앞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남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 등으로부터 2억원을 받은 의혹으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던 지난 10일 숨진 채 발견됐다.  

유 전 개발사업본부장 역시 김 처장의 상급자의 위치에 있으면서 사업협약서 수정 등에 관여했을 것으로 의심받았었다.

검찰은 정 변호사가 사업협약서 수정을 주도한 것으로 의심해왔는데, 정 변호사와 유 전 기획본부장 사이에 있던 실무라인이 모두 사망하면서 관련 수사는 동력 약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이들은 단순한 실무자가 아니라 윗선과 끈이 닿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었기에 검찰 입장에서 이들의 부재는 뼈아플 것으로 보인다.

유 전 개발사업본부장은 황무성 전 성남도시공사 사장에게 사퇴를 압박하면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처장 역시 이 후보 측근으로 불리는 유 전 기획본부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이들은 윗선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부인해오긴 했지만, 이들의 사망으로 수사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것으로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지난 10월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김 처장은 올해 초까지 대장동 개발의 실무 책임을 맡은 인물이다. 2021.10.06. [email protected]

따라서 전날 정 변호사를 기소한 선에서 수사가 더 나아가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김 처장에게 수사와 관련해 특별히 압박이 될만한 상황이 없었음에도 유 전 개발사업본부장에 이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한편 김 처장은 숨진 당일 오전 성남도시공사로부터 중징계 의결서를 전달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그의 유족은 성남도시공사가 개발 실무자였던 김 처장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해 '꼬리자르기'를 하려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김 처장은 사망한 채 발견되기 전날에도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 가족과 경찰이 찾아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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