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에 살해된 아이들 이름을 부른다"…우크라 퍼스트레이디 간절한 편지
우크라 퍼스트레이디 오늘 공개 서한 언론에 보내
"서한이 우크라에서 온 증언"이 되어야 한다 강조
사망한 어린이들 이름 거명하며 전쟁 참상 보여줘
[키이우=AP/뉴시스]지난 2019년 11월 23일 장례식에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오른쪽) 여사. 2022.03.09.
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AFP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카 여사는 이날 공개 서한에서 알리스, 폴리냐, 아르시니라는 이름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이 이름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러시아군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어린이 20여명 중 3명에 해당한다.
젤렌스카 여사는 "러시아가 '민간인들과 전쟁을 하지 않는다'고 말할 때 나는 이 살해된 아이들의 이름을 먼저 부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침공에서 가장 무섭고 참담한 건 아이들"이라며 "할아버지가 지키려 애썼는데도 사망한 8살 알리사, 포격으로 부모와 함께 키이우(키예프)에서 목숨을 잃은 폴리냐, 집중 포화로 구급차가 접근하지 못해 결국 머리 부상으로 사망한 14살 아르시니까지 많은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그는 수많은 언론 문의에 답하기 위해 공개 서한을 작성했다고 밝히면서, 이것이 "우크라이나에서 온 증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한은 2페이지 분량에 약 1000자 정도로 씌여졌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을 러시아의 첫번째 암살 목표라고 하면서 젤렌스카 여사와 두 자녀는 두번째 암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보안상의 이유로 젤렌스카 여사와 그 자녀들의 위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젤렌스카 여사는 SNS 인스타그램과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인들의 사기를 볻돋우며, 전쟁으로 인한 참상을 전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과 가족이 우크라이나에 있다고 수차례 밝혔다.
젤렌스카 여사는 공개 서한에서 여성과 어린이 등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러시아군이 벌인 전쟁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했다.
그는 "지금 우리 여성들과 아이들은 지하 방공호에서 살고 있다"며 "전쟁 중 태어난 신생아의 첫 시선은 지하실의 콘크리트 천장이었고, 그들의 첫 숨은 지하의 매서운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들은 덫에 걸리고 공포에 질린 공동체(우크라이나인들)의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자신들의 삶에서 평화를 느껴보지 못한 수십 명의 아이들이 (지하 방공호에)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피란민으로 전락했다. 늘어나는 피란민의 규모와 속도에 유엔도 놀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유니세프에 따르면 피란민의 절반은 어린이들이다.
젤렌스카 여사는 이 같은 이산 가족이 발생하는 것으로 인한 고통과 희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의 길에는 피란민들로 가득 차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알던 이전의 삶을 뒤로 한 채 떠나는 고통과 마음의 상처를 품고 있는 여성들과 아이들의 눈을 보라"면서 "그들을 국경으로 데려간 남성들은 가족과 이별하는 것에 눈물을 흘리지만, 우리의 자유를 위해 싸우려고 용감하게 돌아왔다. 결국 이 모든 공포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인들은 포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또 우크라이나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할 것을 요청하면서 러시아의 엄격한 뉴미디어법의 표적이 된 기자들에게도 호소했다.
그는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계속 보여주고, 진실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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