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 계약강요에 인사개입까지…복지부 간부의 '갑질' 도넘어"
한국한의약진흥원 노조 "복지부 과장이 3년째 '갑질'"
"내부 절차 맞지 않게 연구용역 수의계약 체결 요구"
"인사권 원장에게 있는데도 채용·인사조치에 개입"
"폭언 등 비인격적 행위로 직원들 정신적 고통 호소"
노조 "A과장 업무 배제해야"…복지부, 진상조사 착수
한국한의약진흥원 노조는 10일 보건복지부 한의약산업과장 A씨가 3년째 ▲수의계약 체결 요구 ▲인사 개입 ▲폭언 등의 '갑질' 행위를 해왔다고 폭로했다. 사진은 노조가 공개한 복지부 한의약사업과의 업무 지시 이메일 내용. 노조는 A씨가 내부 절차에 맞지 않게 정책 연구용역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체결할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사진 : 한국한의약진흥원 노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보건복지부 간부가 산하기관 직원들에게 수년 동안 폭언과 부당한 업무 지시 등을 했다는 내부 폭로가 나왔다. 산하기관 노조는 해당 간부의 행위에 대한 조사와 직무 배제를 요구하고 있다.
10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한의약진흥원지부는 지난 7일 복지부 한의약산업과장 A씨의 '갑질 행위'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에 제출했다. 한의약진흥원 노조는 A씨가 수년간 부당한 업무 지시를 하거나 인권모독 행위를 저질러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A씨가 한의약진흥원 내부 절차에 맞지 않게 3건의 정책 연구용역 과제를 수의계약 방식으로 체결하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연말에 보조금 사업비가 남아 있을 경우 복지부에서 연구용역 과제를 제시하고 특정 교수를 계약 상대방으로 지정해줬다는 것이다.
사업비가 남아있으면 반납을 해야하고 내부 규정상 연구용역 계약은 공개입찰 방식으로 체결해야 하지만 A씨가 이런 방식으로 부당하게 업무에 개입했다는게 노조의 설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A과장이) 수의계약을 준비하라고 우리 직원에게 전화를 했다. 기다리고 있으면 수의계약 당사자를 지정해준다고 했다. 이후 복지부 직원을 통해 누구와 계약하라는 내용의 이메일 업무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관 규정상 연구심의위원회를 열어서 심의를 하고 공개입찰을 통해 연구자를 모집해야 하지만 복지부에서 재촉하니 한 직원은 징계받을 것을 각오하고 2건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며 "다른 한 직원은 내부 규정에 따라 공개입찰을 통해 계약을 체결했는데 그 이후 계약을 지연시켰다며 공개석상에서 질책을 당하고 경위서까지 썼다"고 전했다.
진흥원의 인사권은 원장에게 있지만 A씨가 부당하게 인사에 개입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노조가 공개한 녹음파일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 진흥원 본부장 채용 인사가 적격자가 없어 늦어지자 '인사팀장을 갈아치우든지 해야겠네', '이런거 잘 하라고 뽑아놨는데 뭐하는 짓인가', '이 사람들이 복지부 무서운 줄을 모르네' 등의 발언을 하며 담당 팀장을 질책했다.
또 노조는 A씨가 자신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 직원들을 한약재 수급조절위원회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폭로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성과가 나지 않은 세계화전략사업 담당자를 교체하도록 하거나 전문성 부족을 이유로 한약비임상시험센터장을 새로 뽑을 것을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직원들에 대한 반말, 고성, 모욕적 발언 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A씨는 진흥원 직원과 회의 중 '담당 직원은 학사신가 석사신가 박사신가? 대학밖에 안나왔지? 사업계획서는 굉장히 전문적인 내용인데 이런거 검토한 경험이 없죠?' 등의 모욕감을 주는 말을 했다고 노조는 지적했다.
또 위원회 회의 결과를 정리한 직원에게 '누가 이런 식으로 정리하라고 했어? 이건 녹취록이야. 녹취 대상자들에게 다 동의를 받아야돼. 불법을 저질렀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너 이거 뒷감당 어떻게 할래. 너 안되겠다. 수급조절위원회에서 빠져라'라는 질책도 했다.
해당 직원은 당시 회의자료에 참석자들의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지 않았는데도 이같은 지적을 당해 모욕감을 느꼈다며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노조는 한의약진흥원의 운영에 대한 권한은 원장에게 있음에도 A씨가 업무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폭언을 가해 10여명의 직원들이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국한의약진흥원지부 손진한 지부장은 "한의약산업과장이 부임한 3년 전부터 현재까지 비인격적 행위 등 갑질이 수도 없이 자행돼 왔으나, 그동안 담당 팀장 등은 보조금 예산 삭감 및 인사 보복행위 등이 우려돼 묵도할 수밖에 없었다"며 "비노조원까지 조사하면 훨씬 더 많은 갑질 피해자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직원들에 대한 2차 가해 방지를 위해 한의약산업과장의 즉각적인 업무 배제와 진상 조사, 엄중한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하라고 복지부에 요구했다. 또 요구 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피해 배상 청구 등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는 A씨에게 노조 측의 주장에 대한 해명을 요청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복지부는 "관련 의혹을 조사한 후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감사관실은 A씨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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