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한은 찾은 미 재무장관, 환율 안정 방안 오갔나(종합)
옐런 장관 "한미 협력 증진 희망"
세계경제·글로벌 정책 공조 논의
외환시장 안정화 관련 논의했을 듯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을 영접하고 있다. 2022.07.19. [email protected]
19일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는 이날 오후 1시 30분 서울 중구 한국 본관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미국 재무장관이 한은을 방문해 한은 총재와 면담을 갖는 것은 2016년 이주열 총재 이후 6년 만의 일로, 한은 역사상 이번이 역대 두번째다. 앞서 2016년 6월 제이콥 루 재무장관이 한은 본관을 찾아 당시 이주열 총재와 비공개 면담을 가진 바 있다. 옐런의 방한도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 총재는 한은을 찾은 옐런 장관에게 "방문해 줘서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환대했다. 옐런 장관도 "한미 양국간의 협력을 논의하고 증진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며 "양국은 다양한 가치를 공유하고 교집합이 많은 경제관계를 맺고 있는데, 앞으로도 이런 관계 증진을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이 총재와 옐런 장관은 이후 면담 장소로 옮겨 최근 세계경제 및 금융시장 상황, 글로벌 정책 공조 등에 대해 약 30분간 논의했다. 이 자리에 한은측에서는 이승헌 부총재, 서영경 금통위원, 민좌홍 부총재보, 오금화 국제협력국장이 배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디덤 리산치 비서실장, 데이비드 립튼 자문관, 앤디 바우콜 국제관계 차관, 로버트 캐프로스 아시아담당 부차관보가 함께했다.
한은은 이 자리에서 두 인사가 어떤 내용을 논의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한은 관계자는 "미 재무부가 비공개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20원을 돌파하며 13년 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만큼 외환시장 안정화 관련 문제를 논의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이 총재가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속화 등에 따른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지난해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 재체결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미국의 협조를 요청했을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이 총재도 통화스와프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의결하는 사안이라고 지적한 만큼 공식적으로는 거론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총재도 앞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간담회에서 "한·미 통화스와프는 미 재무부 업무가 아니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역할이기 때문에 옐런 장관과 한미 통화스와프를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통화스와프는 협상을 맺은 국가간 비상시 각자의 통화를 빌려주는 계약으로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개념으로 외화 유동성 위기를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유사시 자국 화폐를 맡기고 미리 정해진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려올 수 있다.
올해 1분기 외환당국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외환시장에 83억1000만 달러를 순매도했다. 원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달러 매도에 나서면서 외환보유액도 줄었다. 3월(-39억6000만 달러), 4월(-85억1000만 달러), 5월(-15억9000만 달러), 6월(-94억3000만 달러) 등 4개월 동안 234억9000만 달러다.
옐런 장관은 이 총재와의 면담이 끝난 후 오후 2시 10분부터 20분 간 한은 여성 직원 30여명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 자리에는 20~30대의 젊은 여직원들이 다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옐렌 장관은 이 자리에서 '경제학계와 여성'이라는 주제로 여성 경제학자로서의 소회와 여성들의 활약을 격려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여성 참여가 경제를 어떻게 부양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옐런 장관은 1990년대 연준에서 근무를 시작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당시 여성 직원이 많지 않았는데, 그때에 비해 여성 직원수가 늘었으나 여전히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며 "일과 직업을 결합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미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여성의 노동 참여가 가장 많았으나 이제 더 이상 사실이 아니다"며 "육아휴직이나 지원 측면에서 가장 관대하지 않은 국가 중 하나인데 바이든 행정부는 그것을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노동의 공정한 분담을 믿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연준 총재 제안을 받았을 때 아들이 6학년이었거, 남편은 전임 교수였다. 남편이 할수 있다고 격려해 줘 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간담회가 끝난 후에는 임신한 한은 여직원이 옐런에게 배지를 수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