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 총사퇴' 투표에 고개 숙인 정의당…"크나큰 책임 실감"
당 비례대표 의원 5명 "기대에 부응 못해"
"누구 탓도 않겠다…역량 모두 동원할 것"
입장문에 주최 측 냉소…"당원 갈라치기"
총사퇴 찬성본부 "도둑처럼 입장문 발표"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이은주(가운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8.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하지현 기자 = 정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5명은 25일 자신들의 총사퇴를 권고하는 당원 총투표가 진행되자 "'당의 전략자산'으로서 당원 여러분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 5명은 이날 정의당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이 당원들에게 올리는 글'이라는 입장문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정의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6일 정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5명에 대한 총사퇴를 권고하는 선거운동 및 투표 일정을 공고했다. 정의당 소속 의원 6명 중 심상정 의원(경기 고양시갑)을 제외한 류호정·장혜영·강은미·배진교·이은주 의원 등 5명이 비례대표다.
정의당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참패하면서 당 지도부를 구성했던 비례대표 의원들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당내 일각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 사퇴 권고 당원 총투표' 발의를 추진했고, 당권자 937명의 유효서명을 받으며 지난 14일 비상대책위원회 의결을 통해 당원 총투표가 성사됐다.
이와 관련 5명의 의원은 이날 "무한책임을 부여받은 정의당 의원으로서, 더 많은 국민께 지지받고 사랑받는 당을 만들었어야 함에도 부족함이 있었다"며 "총투표 발의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해 크나큰 책임을 실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사퇴를 권고하는 총투표 진행을 두고는 "누구의 탓도 하지 않겠다. 가장 엄중한 방식의 질책임을 잘 알고 있다"며 "다시 한번 '유능한 진보정당'으로 정의당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모든 책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당직 유무와 상관없이, 상황과 조건을 탓하기보다 스스로 길을 내는 자세로 당을 강화하고 더 넓은 시민의 삶으로 다가서는데 최일선에서 복무하겠다"며 "2년간 축적된 의정활동 역량을 모두 동원해 복무하겠다는 다짐과 약속의 답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비례대표 의원들의 입장 발표에도 총투표를 주관하는 측에서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총투표 찬성 당원 운동본부는 앞서 비례대표 의원들의 입장문이 당 홈페이지에 게시되기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이미 유포된 것을 두고 '억지 사과문과 당원 갈라치기'라고 주장했다.
찬성본부 측은 "유포된 웹자보에는 '총투표 반대운동본부 측에서 의원들에게 요청해 받은 글'이라고 적시돼 있다"며 "이 입장문은 각 의원의 개인 SNS에도 게재되지 않았다. 전 당원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총투표를) 찬성하는 당원들에 대한 무시이고, 고민하는 당원들을 갈라치기하는 태도"라며 "당을 분열시키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비례대표들"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특히 총투표를 앞두고 나온 입장이라면 비록 반대본부가 요청했더라도, 전체 당원을 대상으로 공식 발표돼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이제껏 침묵하다 자신들의 지위를 보장해주는 반대본부 요청에 의한 입장문이 도둑처럼 발표됐다. 성찰해야 할 비례대표 의원들이 반대본부 뒤에 숨어 사실상 ‘반대해달라’는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입장문의 내용 또한 매우 실망스럽다"며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하면서 이에 대한 구체적 제안도 행동도 없다. 등 떠밀려 낸 듯한 입장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비례대표들의 '억지 반성문 발표 사태'는 다시 한번 총투표 발의의 정당성을 확인시켜줬다"며 "지난 2년 동안 비호감 정당 1위라는 결과가 왜 비례대표들의 책임인지, 이들이 왜 앞으로 당의 혁신을 이끌 수 없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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