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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재고 어쩌나①]남아도는 쌀 처리에 23조 투입…혈세 줄줄 샌다

등록 2022.10.15 08:00:00수정 2022.10.15 10:5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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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 쌀값 20㎏당 4만725원…1년 전보다 24.9%↓

정부 45만t 시장격리 조치…공공비축 포함 90만t

2005년 이후 시장격리 298.2만t…예산 5.4조 투입

쌀 소비량 줄면서 정부 가격 방어 위해 예산 지원

"정부의 의무적 시장격리 만성 과잉생산 이어져"

[화성=뉴시스] 김종택기자 = 경기도 화성시 팔탄농협 연합미곡종합처리장 저온저장고에서 관계자가 수매된 벼를 살펴보고 있다. 2022.06.28. jtk@newsis.com

[화성=뉴시스] 김종택기자 = 경기도 화성시 팔탄농협 연합미곡종합처리장 저온저장고에서 관계자가 수매된 벼를 살펴보고 있다.  2022.06.28.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지난해 쌀 가격 폭락을 겪은 정부가 올해에는 공공 비축 외에 추가로 시장 격리 조치를 하기로 했다. 과잉 생산에 따른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 매입이 되풀이되고 있는 상황인데, 국민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벼 재배면적은 72만7158헥타르(㏊)로 전년(73만2477㏊)보다 0.7%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쌀 생산량은 380만4000톤(t)으로 지난해(382만7000t)보다 2.0% 줄어들 전망이지만, 여전히 공급 과잉 현상이 지속되면서 쌀값 추락은 계속되고 있다.

실제 지난달 15일 기준 산지 쌀값(정곡·도정한 쌀)은 20㎏당 4만725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만3503원(-24.9%) 급락했다. 지난해 10월(5만5107원) 이후 11개월 연속 전월 대비 하락세다. 2017년 20㎏ 기준 3만1836원이었던 산지 쌀값은 지난해 6월 5만5938원까지 상승한 이후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웃도는 등 고물가 흐름은 지속되는데 쌀값만 떨어지자 농민단체는 쌀값 안정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힘을 보태며 정부를 압박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3일 2005년 공공비축제 도입 이후 수확기 역대 최대 물량인 45만t의 쌀을 올해 안에 시장격리 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올해 초과 생산량인 25만t보다 20만t 많은 규모다. 공공비축미 45만t을 포함하면 올해 수확기 총 90만t이 시장에서 격리되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이 역시 2005년 공공비축제 도입 후 수확기로는 최대 물량으로 올해 예상되는 쌀 생산량의 23.7%에 달한다. 공공 비축과 시장격리를 포함한 비율이 과거 8.3~18.1%였던 점을 고려하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지금과 같은 방식과 가장 비슷하게 시장격리를 실시했던 2017년과 비교할 때 격리하기 직전의 가격에 비해 (시장 격리 후) 수확기의 가격이 13~18% 정도 올랐다"면서 "올해도 그 정도로 상승하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말했다.
[쌀 재고 어쩌나①]남아도는 쌀 처리에 23조 투입…혈세 줄줄 샌다



정부는 그동안 쌀 가격이 내려갈 때마다 시장 격리 조치를 반복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05년 공공비축제 도입 이후 올해 9월25일까지 10개 연도에 걸쳐 총 17회 쌀 시장 격리를 단행했다.

이 기간 정부가 시장격리를 통해 매입한 쌀은 총 298만2000t이다. 매입하는데 사용한 예산은 5조4002억원으로 연평균 5400억원 꼴이다. 여기에 매년 공공 비축을 위해 투입된 예산 1조원을 더하면 2005년 공공비축제 도입 이후 17년간 투입된 혈세는 약 23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쌀 가격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시장 격리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최근 공급 과잉 현상이 계속되면서 쌀값 하락세가 지속되자 시장 격리는 농가의 '보험'으로 자리 잡았다. 쌀 가격이 내려가면 정부가 혈세를 투입해 민간에서 시장가격으로 매입해주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쌀값 하락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농가가 생산한 쌀은 남아도는데 서구식 식습관과 육류 소비 증가, 가구 구성원 변화 등으로 쌀을 찾는 소비자의 수요가 크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1인당 쌀 소비량이 해마다 급감하는 추세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9㎏으로 나타났다. 2000년 93.9㎏과 비교하면 21년 만에 37㎏(39.4%)이나 쪼그라들었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984년 이후 37년 동안 전년 대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즉 1인당 쌀 소비량은 빠르게 감소하는데 공급 과잉은 되풀이되는 구조에 봉착한 셈이다. 쌀 공급 과잉을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정부가 가격 방어를 목적으로 혈세를 계속 투입하는 악순환이 지속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농업 전문가는 "매년 일정량의 초과 수확량이 나오면 정부가 이를 의무적으로 시장 격리를 하는 것인데 만성적인 과잉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벼농사만큼 기계화가 잘 돼 있는 농작물이 없어 농업인 수가 줄더라도 쌀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과잉 생산에 따른 시장 격리가 매년 반복된다면 결과적으로 쌀값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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