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때보다 장사 더 안돼"…소상공인 이구동성
연말특수 증발…의욕 상실해
박 탄핵 때도 소비심리 위축
"그때보다 체감 경기 어려워"
불확실성 가속화로 리스크↑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2024.12.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이후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연말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소상공인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던 시기보다 지금이 훨씬 더 힘들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코로나19로부터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 기대하던 연말특수까지 증발했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내수침체와 탄핵 정국이 맞물리면서 소상공인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던 것과 비슷한 경기 흐름이 예상되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그보다 훨씬 더 혹독한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 안산시에서 음식점을 하는 정모(65)씨는 "(박근혜 탄핵 당시) 그때는 모르고 지나갔다. 장사에는 타격이 없었다"며 "지금은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은데 이 사태까지 겹쳐 많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정씨는 "연말특수를 대비해 가게 종업원을 더 뽑았었는데 장사가 안되니 다시 해고하게 생겼다"면서 "이런 상황은 내년 상반기까지 한참 갈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여의도에서 10년 넘게 고깃집을 운영한 김모씨도 "이전 탄핵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김모씨는 "그때는 그래도 어느 정도 잘된 편"이라며 "지금이 훨씬 더 힘들다"고 못 박았다. 그는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단체 예약이 50% 이상 취소됐다고 덧붙였다.
유덕현 서울시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우리가 이전 탄핵을 겪었기 때문에 기억을 하고 있는데,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박근혜 정부 때는 전 국민이 어느 정도 대비를 하고 있었다면 이번 탄핵정국은 계엄이라는 폭탄선언과 함께 진행됐다 보니까 충격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위기를 벗어나 아직 회복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기대를 갖고 열심히 살고 있었는데 이런 사태가 일어나니 소상공인들은 의욕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지난 2016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논의되던 당시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월 101.9에서 11월 중 95.8로 전월 대비 6.1p 급격히 하락하고 2017년 1월 93.3까지 하락세가 계속됐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로 기준값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당시 소상공인들 역시 체감 경기(BSI)가 악화됐다고 밝혔다. 2016년 10월 체감 BSI는 76.6이었는데, 한 달 만에 12.1p 급락해 11월 체감 경기 BSI 67.7을 기록했다.
올해 소상공인 체감 경기는 그보다 더 얼어붙어 체감 BSI 70이상을 넘긴 적이 없었다. 지난달 체감 BSI는 62.4로 조사됐다. BSI 지수가 100 미만인 경우는 경기 실적이 악화됐음을 의미한다.
민간소비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지표인 소매판매액 지수도 2016년 4분기부터 2017년 2분기까지 1%대로 곤두박질쳤다.
현재 2022년 2분기(-0.2%)부터 지난 3분기(-1.9%)까지 10분기 연속 감소세가 지속하는 와중에 탄핵정국이 더해져 경제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9일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내고 "2016년과 2004년의 두 차례 탄핵과는 다르다"며 "리스크가 점점 하방으로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내부 정치 혼란에 미국 무역 정책까지 불확실성이 가속화됐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들의 고민 또한 깊어졌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은 중소기업의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며 "특히 연말이라 내년 계획을 세우기도 어려워 지금 모든 게 중단된 상태"라고 토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