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수장 공백까지 '이중고'…행정개편·인구부도 '빨간불'[탄핵안 가결]
尹, 탄핵 소추안 가결에 행안부 주요 현안 점검
'계엄동조 의혹' 이상민 자진 사퇴에 차질 우려
연말 예정 행정체재 개편 권고안, 내년 순연해
대구·경부 통합 향방도 관심…"차질 없이 지원"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불투명…더욱 난망할 듯
행안부 "안전 등 맡은 업무 흔들림 없이 추진"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비상계엄 관련 긴급 현안질의 시작에 앞서 국회 보안 관계자들이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의 몸수색을 하고 있다. 2024.12.05. [email protected]
특히 행안부 수장이었던 이상민 전 장관까지 '계엄 동조 의혹'으로 이미 자진 사퇴한 상황이어서 당분간 내부 혼란과 정책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15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00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이에 행안부는 즉시 실·국별 주요 현안 점검에 돌입했다.
행안부는 지난달 윤석열 정부 임기 반환점을 맞아 '행정·안전 분야 성과 및 향후 추진 계획'을 발표하며 정부와 지자체 혁신, 재난안전 관리체계 강화, 지방소멸 극복 및 지방시대 실현 등 국가적 과제에 보다 속도를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이 중에서도 지방시대 실현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7월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를 신설했으며, 윤 대통령이 직접 전국 곳곳을 돌며 민생토론회를 여는 등 지역 여론 수렴과 각종 지원에 힘쓰기도 했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와 이로 인한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로 사실상 윤석열 정부의 국정 동력이 상실된 만큼 이러한 행안부의 주요 업무 추진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동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전 장관도 자신에 대한 탄핵 소추안 표결을 이틀 앞둔 지난 8일 자진 사퇴하면서 수장 공백과 업무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내년 민선 지방자치 30주년을 앞두고 올해 말 마련할 예정이었던 '행정체계개편 권고안'도 제동이 걸린 상태다.
그간 지자체를 중심으로는 1995년 민선자치 출범 후 30년 간 큰 변화 없이 운영되고 있는 행정 체제가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행정 구역과 생활권 불일치 등 행정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에 행안부는 지난 5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미래위)를 출범했으며, 연말까지 지방행정체제 전반에 관한 개편 방안을 마련해 정부에 권고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래위는 이러한 권고안 발표를 일단 내년으로 순연하기로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최근 미래위 위원들이 회의를 가진 결과, 권고안 발표는 다소 미루되 그 시기는 일련의 상황을 본 뒤 결정하기로 했다"며 "다만 권고안 초안은 거의 마무리된 단계로, 진행 과정에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우동기(왼쪽부터) 지방시대위원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홍준표 대구시장,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0월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구·경북 통합 관련 4자 회동에서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10.21. [email protected]
행정체제 개편과 맞물려 추진 중인 대구·경북 행정 통합의 향방도 관심사다.
앞서 대구·경북 통합 당사자인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를 지원할 이상민 당시 행안부 장관과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은 지난 6월 대구·경북 통합을 추진하기로 공식 합의한 바 있다.
이들은 이어 지난 10월 2026년 6월 지방선거 직후인 7월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통합자치단체 '대구경북특별시'를 출범하기로 의견을 모았는데, 탄핵 정국 속에서 이러한 추진 일정도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다만 행안부는 지난 13일 대구시, 경북도, 지방시대위원회와 실장급 회의를 주재하고 통합의 차질 없는 지원을 재확인했다. 정부는 조만간 통합을 지원하기 위한 '범정부 협의회'를 구성하고, 관련 입법 절차에도 나설 계획이다.
저출생 대응을 위한 부총리급 컨트롤타워 '인구전략기획부' 신설도 불투명한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 5월 윤 대통령이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을 처음 언급한 이후 7월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관련 논의는 시작조차 못한 채 국회에 계류돼 있으며, 이번 사태로 더욱 난망해졌다.
이 밖에 폭설 피해에 따른 특별재난지역 선포, 후임 장관 인선, 정부-광역-기초 지자체 간 부단체장 인사교류, 이 전 장관이 중점 추진해온 경찰제도 개편 등도 줄줄이 지연되거나 중단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다만 행안부는 탄핵 정국이나 수장 공백에도 맡은 업무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는 혼란스러웠지만, 그 당시 행정을 했던 경험들이 누적돼 지금은 특별하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다"며 "어차피 정치적인 부분으로 연결됐기 때문에 정치 영역에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탄핵 시위 때문에 오히려 안전사고 부분에서 챙길 게 많아졌다"며 "연말·연초를 맞이해 지역축제 등 안전을 관리하고 원래 하던 대로 연말에 해야 할 부분들을 챙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할 수도 있는데, 우리 업무가 정치적인 것과 크게 관련 있지는 않지 않느냐"며 "대부분 제도적이거나 오랜 기간 연구한 과제들이 많아 정책적인 부분은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관 직무대행을 맡은 고기동 차관도 전날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을 방문해 지자체와 함께 재난대응체계를 철저히 유지할 것을 강조하고, 겨울철 한파 및 폭설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충분히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또 상황실 방문에 앞서 실·국장이 참여한 간부 회의에서는 "엄중한 시기인 만큼 국민 일상 안정을 위해 주어진 업무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맡은 바 소임에 충실해달라"고 밝혔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전날 대국민 담화에서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정에 있어서 한 치의 공백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행안부에 치안질서 확립과 재난대응체계 철저 유지 등의 지시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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