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잠 못드는 광주…"잠 설칠까봐 땀 빼요"
전남대 종합운동장, 한밤중 운동 삼매경
오후 9시에도 29.4도…열대야 가능성 높아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1일 오후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종합운동장에서 시민들이 운동장 트랙 위를 뛰며 한밤중 무더위를 이겨내고 있다. 2023.08.01 [email protected]
1일 오후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대운동장.
연일 이어진 찜통 더위에 시민들은 저마다 '이열치열' 방식으로 무더위를 쫓고자 운동장으로 나왔다.
시민들은 트랙 위를 돌거나 풋살, 배드민턴, 테니스 등을 즐기며 굵은 땀방울을 쏟아냈다.
한 여성은 회색 티셔츠가 땀으로 흠뻑 젖을 때까지 트랙 위를 쉬지 않고 달렸다.
구령대 앞에 멈춰선 이 여성은 거친 숨을 내몰아 쉬더니 이내 챙겨온 물을 들고 뒤돌아 벌컥벌컥 들이켰다.
뒤따라 걷던 다른 여성은 데리고 나온 어린 남자아이가 이 여성을 따라 뛰자 연신 응원하며 기뻐했다. 아이는 넘어질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달리나 싶더니 이내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 안겼다.
운동장을 찾은 한 가족은 운동장 외곽에 자리를 잡은 뒤 챙겨온 돗자리를 폈다. 데리고 나온 두 자녀에게는 킥보드를 쥐어주고 트랙 위를 돌고 오게끔 했다.
이보다 먼저 벤치에 자리를 잡은 어르신들은 연신 부채질을 하며 흐뭇한 표정으로 가족들을 바라봤다.
운동장 한켠에서는 배드민턴을 즐기던 시민들이 두세 차례 서브를 주고받는가 싶더니 이내 채를 바닥에 내려놓은 채 숨을 헐떡거렸다.
풋살장을 빌린 시민들도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내며 연신 '패스'를 외쳤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1일 오후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종합운동장에서 시민들이 축구를 하며 한밤중 무더위를 이겨내고 있다. 2023.08.01 [email protected]
시민들은 날씨와 관련된 화두에 모두 고개를 가로저었다.
"도저히 잠들 수 없어 바깥으로 나왔다"거나 "이보다 더한 폭염은 없었다"며 저마다 바깥으로 나온 이유를 토로했다.
최영민(25)씨는 "원룸 에어컨이 고장난 탓에 가만히 있을 수도 없어 땀이라도 빼려고 운동장을 돌고 있다"며 "피시방에 앉아있는 것도 한계다. 여름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친구와 함께 산책을 나온 임아영(27·여)씨는 "2018년 여름이 무척 더웠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올해는 그보다 더 더운 것 같다"며 "에어컨 바람보다 자연풍을 쐬고 싶어 덥지만 바깥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양기원(51)씨는 "전기요금을 아끼려고 잠시 에어컨을 껐는데 집안이 푹푹 쪄서 밖으로 나왔다"며 "마저 바깥 공기를 쐰 뒤 빨리 들어가 시원한 맥주 한 캔 마시고 싶다"고 웃어보였다.
광주에는 올해 열대야 현상이 지난달 8일 최초 관측된 이후 현재까지 누적 6일을 기록하고 있다. 열대야는 전날 오후 6시 1분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현상이다.
이날도 오후 8시 기준 30.1도로 관측된 기온이 한 시간 뒤인 오후 9시께 불과 0.7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29.4도로 확인되면서 열대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기상청은 이번 더위가 한반도 전역을 뒤덮고 있는 아열대 고기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일본 오키나와 주변을 지나고 있는 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경우 폭염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기상청은 전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밤이 됐지만 기온이 떨어지는 폭이 작다. 열대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태풍의 영향권에 들 경우 폭염 예보 상황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태풍 이동 경로가 분명치 않다"며 "무더위가 지속되는 만큼 야외 작업과 운동을 자제하고 규칙적으로 수분을 섭취해야겠다"고 당부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1일 오후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종합운동장에서 시민들이 부채질을 하며 한밤중 무더위를 이겨내고 있다. 2023.08.01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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