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윤 부친상에 침묵…문 모친상엔 조의문 보내
문재인 전 대통령 모친상 땐 김정은 조의문
남북 화해·협력에 기여한 인사 별세 때 조의 표명
김대중 전 대통령·정주영 현대회장 별세 땐 조문단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친 고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 빈소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문을 받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3.08.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별세 소식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
16일 오전 11시 기준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전날 윤 대통령 부친상과 관련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냉랭한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앞으로도 관련 보도나 조의 표시 등 특별한 반응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부모상을 당한 건 문재인 전 대통령 모친상에 이어 두번째이며, 부친상은 처음이다.
남북관계에 지금보다 훈풍이 불던 2019년 10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모친 강한옥 여사 장례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을 통해 추모와 애도의 뜻을 나타내는 조의문을 보냈다.
당시 남북관계는 '하노이 노딜'로 경색됐단 평가를 받고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정상회담이 3차례나 이뤄졌단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2009년 8월21일 오후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조문단으로 서울에 온 북한 노동당 김기남 비서와 통일전선부 김양건 부장이 김정일 위원장 이름의 조화를 국회분향소에 전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하지만 현재 남북관계는 극도로 악화해 한반도 긴장 수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 확장억제(핵우산) 강화와 북한인권 개선을 통일·대북 정책 중심으로 삼고 있다. 북한은 연일 무력도발을 벌이고 있다. 윤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대면한 적도 없다.
북한은 그동안 남북 화해·협력에 기여한 남한 인사들의 별세엔 조의를 표해왔다.
2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5월 서거했을 때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의로 조의문을 발표했다.
같은 해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는 김기남 노동당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북측 대표 6명으로 구성된 고위급 조문 사절단을 서울에 보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북한 당국자의 첫 남한 방문이었다.
2015년 김영삼 전 대통령, 2021년 노태우 전 대통령 별세 소식에는 애도를 표하지 않았다.
201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별세 때는 조문단은 파견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 동생인 김여정을 판문점으로 보내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했다. 이희호 여사는 2011년 김정일 위원장 사망 때 조문단을 꾸려 방북해 상주인 김정은 당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직접 만나 조의를 표시한 바 있다.
소떼와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어 방북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2001년 3월21일 별세했을 때도 북한은 조문단을 보냈다. 송호경 조선아시아태평양 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대표로 하는 북측 조문단은 빈소를 찾아 김정일 위원장의 조문을 낭독하고 유가족에게 전달했다.
2003년 8월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이 별세했을 때는 아태평화위가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과 현대아산 김윤규 사장에게 조전을 보냈다. 아태평화위는 대변인 성명에서도 정 회장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조의를 표했다.
다만 북한은 조의 표현과 무력도발은 별도라는 입장이다. 북한은 노 전 대통령 국민장 기간으로 전국이 추모 분위기던 2009년 5월25일 조의문을 발표한 지 4시간 만에 2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문 전 대통령 모친상 때는 청와대가 북한이 조의문을 전달해왔다고 밝힌 당일 오후 미사일을 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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