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간꾼' '이완용'…모욕 혐의 기소됐지만 무죄, 이유는?[죄와벌]
"타당한 사실에 근거…정당한 행위"
"교인의 알 권리 보장하려는 의도"
[서울=뉴시스] 법원 마크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교인들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교회 장로는 거간꾼', '이완용'이라고 표현한 교인 A(63)씨. 법원은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2021년 11월 대구의 한 교회에 다니던 A씨. A씨는 이 교회 장로 B(69)씨가 특정 건설사와 짬짜미해 성전 건축 과정에서 사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의심했다.
예산과 부지가 확보된 지 4년이 지났지만 공사는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었던 데다, 공개입찰 자격 요건을 갖추지도 못한 건설사가 시공사 후보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A씨는 교인들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B장로는 성전 건축에 붙어 사익을 추구하는 거간꾼", "교회의 이완용"이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네 차례에 걸쳐 보냈다.
검찰은 A씨의 이런 발언이 B장로를 공연히 모욕했다고 판단, A씨를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제2형사단독 이원재 판사는 지난달 11일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메시지 전송'이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정당한 행위라고 봤다.
A씨가 자신의 의견을 알리거나 타인의 입장을 묻는 과정에서 다소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은 맞지만, 이 표현이 타당한 사실에 근거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B씨는 2016년 1월부터 교회 건축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2019년 9월 위원장직에서 물러났는데, 그 사퇴 시점이 문제의 C건설이 2019년 9월 최종 낙찰자 선정에서 탈락한 시점과 근접해 있다"고 했다.
또 "B씨가 2019년 8월 출근 시간에 C건설 소유 차량을 수차례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교회 관계자들은 이와 같은 정황을 두고 B씨가 C건설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무형의 이익을 제공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졌을 수도 있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B씨는 해당 교회 목사와 입장을 같이 하는데, 해당 목사는 모 건설사로부터 액면가액 1억원의 수표를 받았다가 돌려준 사실이 있어 보이고 B씨 역시 시공사 선정 후보였던 다른 건설사로부터 여행비 수백만원을 지급받았다가 돌려준 사실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해 재판부는 A씨가 교인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A씨의 카카오톡 메시지 전송행위에는 상당한 정도의 공익성이 인정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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