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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기후 시대]②'불공평한 피해' 생존위협 취약층 먼저 쓰러진다

등록 2023.10.01 09:10:00수정 2023.10.04 17: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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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 빈곤층·장애인 등 약자들 더 큰 피해 받아

폭우에 반지하 거주자 피해, 폭염에 현장노동자 피해

내년 기후위기 대응 예산 삭감…"근본적 대책 필요"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해 8월 내린 많은 비로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한 빌라 반지하가 침수돼 일가족 3명이 갇혀 사망했다. 사진은 같은 달 9일 오후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사고가 발생한 빌라에 물이 차있는 모습. 2022.08.09.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해 8월 내린 많은 비로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한 빌라 반지하가 침수돼 일가족 3명이 갇혀 사망했다. 사진은 같은 달 9일 오후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사고가 발생한 빌라에 물이 차있는 모습. 2022.08.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폭염과 폭우 같은 이상기후가 이변이 아닌 일상이 되면서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문제는 이상 기후로 인한 피해라고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후위기는 빈곤층과 홀로 사는 노인, 장애인, 미취학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준다.

지난해 8월 반지하에 거주하던 발달장애인 가족이 물에 잠긴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사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에 거주하던 발달장애인 일가족 3명은 빗물이 들어차자 탈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현관문은 수압 때문에 열리지 않았고, 창문은 쇠창살로 덧댄 이중 방범창이다 보니 나올 수 없었다.

이웃들은 이들의 탈출을 도우려 망치를 동원에 방범창을 뜯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렇게 발달장애인 가족은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좁은 반지하 집에서 세상을 떠났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지난 6월13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폭염시기 물류센터 온도감시단 활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실질적 폭염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23.06.13.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지난 6월13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폭염시기 물류센터 온도감시단 활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실질적 폭염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23.06.13. [email protected]


폭염도 사회적 약자에 더 가혹하다. 지난 6~7월 30도가 넘는 폭염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열사병으로 의심되는 노동자들이 잇따라 사망했다.

지난 6월에는 경기 하남시의 대형마트 외부 주차장에서 근무하던 20대 직원이 정신을 잃고 쓰러진 뒤 사망했고, 7월에는 경기 시흥시 한 건설 현장에서는 퇴근하던 노동자가 어지러움을 느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같은 달 대전 유성구 건설 현장에서는 일하던 노동자가 쓰러져 응급조치를 받았으나 결국 사망하는 등 폭염으로 인한 현장 노동자들의 사망 사고가 잇따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2년 사이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산재 근로자는 182명으로, 이 중 15.9%인 29명이 사망했다. 6명 중 1명 꼴이다. 특히 사망자의 69.0%는 건설업에서 나왔다.

전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해 3월 6차 평가보고서 제2 실무그룹 보고서에서 가난한 지역에 기후위기 피해가 더 크다고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기후위기의 피해 정도는 지역에 따라 다른데, 기후위기 취약지 등에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위기 취약지는 서부·중앙·동부 아프리카, 남아시아, 중남미, 군소도서 개발도상국, 북극 등이다. 보고서는 2010~2020년 사이 이 지역에서 홍수·가뭄·폭풍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의 수는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15배 높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후위기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피해를 주지만 아직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 7월1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사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 차수판이 설치돼 있다. 2023.07.13.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 7월1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사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 차수판이 설치돼 있다. 2023.07.13. [email protected]


정부와 지자체는 지난해 여름부터 반지하 침수 피해가 속출하면서 사망사고까지 발생하자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반지하 주택이 몰려 있는 서울시의 경우 지자체 가운데 가장 활발한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인 재난불평등공동행동은 서울시의 관련 대책이 부실하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는 반지하 참사 직후인 지난해 8월 반지하 이주 지원을 발표했지만, 서울시의 지원사업을 통해 실제로 이주한 반지하 가구는 2248가구로, 침수 위험 가구로 설정한 2만8439가구 중 단 8%에 불과하다고 재난불평등공동행동은 지적했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반지하 폭우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난 지금, 서울시 관련 대책을 평가하면 너무나 초라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서 탄소 중립 등 기후 위기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정작 정부의 내년 기후위기 대응 예산은 대폭 삭감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이 탄소중립위원회(중립위)의 재정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내년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예산은 14조5181억원으로, 지난 4월 의결된 정부의 탄소중립 국가기본계획에서 2024년 목표로 계획된 17조2414억원에 2조7233억원(15.8%) 미달한다.

정부는 지난 4월 계획안을 확정하면서 기후위기 대응 예산을 점차 늘려 오는 2027년에는 20조6548억원의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장 의원은 정부가 기후위기에 전혀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예산결산위원회(예결위)에서 기후예산 복구를 위해 최우선으로 싸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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