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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한전채 다시 블랙홀되나[레고랜드 1년①]

등록 2023.09.23 10:00:00수정 2023.09.23 10: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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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채는 지난달 순발행 전환

한전채도 지난 11일 발행 재개

은행·한전채 다시 블랙홀되나[레고랜드 1년①]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최근 초우량물인 은행채 발행이 급증하고 한전채 발행이 재개되면서 채권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당시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자 안정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취했던 조치들이 정상화되고 있는 데 기인한다.

23일 금융투자협회 채권 발행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채 순발행액은 3조7794억원으로 직전달(-4조511억원)보다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달 들어서도 전날까지 7조9300억원을 순발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채가 순발행으로 전환한 건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에서 비롯됐다. 당시 채권시장이 경색되자 은행들은 수신금리를 올려서 자금을 조달했는데, 당시 예치자금의 1년 만기가 돌아오기 시작하면서 이를 대비한 은행들이 은행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전력도 지난 11일 3개월 만에 채권 발행을 재개했다. 연초부터 지난 17일까지 한전의 원화채권 발행 규모는 11조9000억원에 이른다.

우량채권으로 평가받는 은행채와 한전채로 채권시장 자금이 흡수되면 상대적으로 일반 기업들이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기에 어려워질 수 있다. 수신 기능이 없어 채권 발행으로만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카드, 캐피털 등 여신전문금융사도 마찬가지다.

박경민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출 수요와 정기예금 만기 도래에 대비한 일반은행채 발행과 더불어 특수은행채 발행 규모도 확대되면서 시장 전반의 수급 부담을 주도하고 있다"며 "이달 특은채 만기도래 물량이 15조8000억원으로 올해 월간 만기 규모 중 가장 커 차환 부담이 확대된 점이 특은채 발행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공기업들은 비우호적인 발행 환경에도 높은 조달 금리를 감수하면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며 "이달 공사채 만기 물량은 1조9000억원으로 크지 않으나 공급 대비 수요가 저조한 상태에서 약세 발행이 불가피해지면서 수급 부담이 공사채 스프레드에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안소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일각에서는 한전의 영업적자가 지속되면서 공사채와 크레딧 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며 "일반공기업 채권 발행에서 한전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주택저당증권(MBS) 포함 2010년 11.1%에서 올해 17.9%까지 증가하면서 한전채 발행 비중이 커지고 있으며, 한전발(發) 공사채 불확실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시장 안정화를 위해 시행했던 한시적 금융규제 유연화 조치를 단계적으로 종료하고 있다. 현재 시장 상황과 금융권 대응 여력 등을 감안할 때 금융사들이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인식에서다.

유동성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은행들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를 올해 말까지 95%를 적용하기로 했다. 내년 이후 규제비율에 대해서는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정상화 속도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1월부터 LCR 규제 비율이 (잠정 97.5%로) 단계적 정상화됐을 경우 연말에 규제비율을 충족하기 위한 은행채 발행이 겹쳐 수급 이슈가 재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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