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정단체의 압박? 하남 공무원 극단선택 원인은
유족 "특정단체들와 협의에 어려움 겪으며 힘들어 했다"
타 지차체 공무원 "거부 못하는 심정에 공감"
[하남=뉴시스]이호진 기자 = 경기 하남시에서 6급 팀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 유족들이 특정 단체와의 갈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하남시는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
그러나 유족 측의 주장과 별개로 숨진 팀장이 대민업무 처리 과정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은 사실이어서 이 사건은 공무원이 늘 ‘을’일 수밖에 없는 지방자치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23일 하남시와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4시20분께 하남시 미사2동에 근무하는 40대 A팀장이 행정복지센터 인근 아파트단지에서 추락해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숨졌다.
유족들은 A팀장이 예산이 한정된 동 행사와 관련, 1일짜리 행사를 3일로 늘려 개최하라는 특정단체의 요구를 받으면서 굉장히 힘들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체육대회와 관련해서도 특정단체와 의견 조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족들에게 휴직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단체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언어폭력이나 일과시간 외 민원전화에 시달렸다는 주장도 나온 상태다.
유족과 함께 공무원노조가 나서 진상규명을 요구하자 시는 부시장을 단장으로 노조가 추천한 2인과 변호사, 노무사 등 7명으로 진상조사단을 구성, 25일부터 활동하기로 했다.
경찰도 현장과 주거지, 사무실 등에서 유서가 발견되지 않자 극단적 선택의 배경을 확인하기 위해 A팀장의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유족 측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더라도 적용할 수 있는 혐의가 제한적인 데다가 처벌 수위도 약한 편이어서 유족들의 억울함을 풀기에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진상조사단 활동 역시 법적 권한을 가진 것은 아니어서 유족들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도 수사 의뢰나 행정적 제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상당수 공무원이 진실 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에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기관·단체 관계자의 갑질 문제는 다른 지자체에서도 읍·면·동 근무를 해 본 직원이라면 대부분 경험했을 정도로 지방자치의 고질적인 문제다.
지역 내 영향력을 내세워 무리한 민원이나 요구를 할 경우 공무원 입장에서는 대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어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인근 지자체에 근무하는 40대 공무원은 “읍면동 근무를 해본 사람이라면 한두 번 정도는 갑질 비슷한 피해를 당해본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법적으로 어려운 민원이라도 상대가 납득할 때까지 공무원에게 대화를 중단할 권한은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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