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자 테너' 보스트리지 "전쟁과 음악 이야기 들려줄게요"[문화人터뷰]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 ⓒWarner Classics. (사진=두나이스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요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을 보면서 다양한 시각으로 현상을 바라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영국 출신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59)는 '노래하는 인문학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철학 석사를, 옥스퍼드대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물아홉살에야 본격적으로 성악가의 길을 걸었지만 정밀한 미성과 청아한 음색, 음악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으로 데뷔 3년 만에 그라모폰 솔로 보컬상을 차지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그래미 본상 등 세계 각국의 메이저 음악상을 휩쓸었고, 대영제국훈장까지 수훈하며 세계적 테너 반열에 올랐다.
보스트리지는 4일 뉴시스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음악계에서는 노래 잘하는 박사로, 학계에서는 음악으로 외도하는 박사 정도로 생각되던 시점도 있었다"며 "양쪽 분야를 다 기웃거리다가 정신을 차리고 나니 잃어버린 것 같은 세월들을 채울 수 있는 것이 노래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직업 음악가가 될 줄은 몰랐지만요. 학부생으로 3년, 대학원생으로 4년을 보냈습니다. 그 후 2년은 시사·다큐멘터리 분야에서 일했고 3년은 연구원으로 일했어요. 3살부터 30살까지 학계의 울타리 안에 있었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죠."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 ⓒBen Ealovega. (사진=두나이스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학자로서의 경력은 지금까지도 그의 음악과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다른 성악가와 다른 점이 있다면 글을 쓰는데 있어서 비교적 자유롭게 느낀다는 점이죠. 학자적인 관점에서 집필할 때보다 예술가로서 관점을 가지고 폭넓은 글을 쓸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학자였을 때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고 분석했던 습관과 훈련 역시 음악가로서의 삶에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이안 보스트리지는 오는 11월9~22일 열리는 세종솔로이스츠 '힉엣눙크 뮤직페스티벌'을 위해 내한, 9일에 '음악, 인문학으로의 초대'라는 제목의 강연을 펼친다. 14일에는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 영국의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1913-1976)의 '일뤼미나시옹'을 들려준다.
라틴어로 '여기 그리고 지금'이라는 뜻을 가진 '힉 엣 눙크' 페스티벌은 비정형성을 특징으로 하는 클래식 음악 축제다. 현대음악제를 표방하지는 않지만 창작과 연주를 중심으로 하는 다수의 클래식 음악 축제들과 달리 클래식 음악계의 트렌드를 담아낸다.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 ⓒKalpesh Lathigra. (사진=두나이스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보스트리지는 "이번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에서 작곡가 브리튼과 전쟁의 연관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브리튼은 20세기 전체를 조망해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작곡가라고 생각해요. 경력 초기부터 다양한 사회적 주제를 작품으로 직접 담아냈죠."
그가 내한무대에서 들려줄 '일뤼미나시옹'은 브리튼이 프랑스 천재 시인 랭보의 시집에서 발췌한 산문시에 선율을 붙인 작품이다. "브리튼은 언어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일뤼미나시옹'에서는 독특한 방식으로 랭보를 조명했어요. 즉각적으로 이해되고 마음을 끄는 소리의 세계를 창조해냈죠. 랭보의 시도 그렇지만 브리튼의 작품에서 언어가 만들어내는 소리는 시어의 의미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보스트리지는 "'일뤼미나시옹'은 환각적 이미지로 가득하다"며 "관능적이고, 재미있으면서, 어둡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오랜 시간 여러 단체들과 이 곡을 연주했는데, 매 연주 해석이 달랐죠.예전보다 제 목소리가 더 어둡고 커졌는데 그런 점이 음악에도 변화를 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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