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해리스 각광으로 처음 언론에서 소외된 트럼프 당혹[2024美대선]

등록 2024.07.26 08:13:52수정 2024.07.26 11:12: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바이든 사퇴 뒤 신속하게 후보 지명 확보한 해리스

정열적이고 신나게 유세하는 모습에 언론·틱톡 열광

트럼프 캠프 공격 방향 못 정해 일관된 메시지 못 내

[미국=AP/뉴시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2024.07.25.

[미국=AP/뉴시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2024.07.25.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지난 1년 동안 각종 재판과 막말로 언론의 집중적 보도를 누려오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처음으로 3,4일 동안 언론에서 소외되면서 당혹해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을 장악하는 과정이 최근 언론에 집중 보도되면서 트럼프에 대한 보도가 크게 줄었다.

지난해 봄 트럼프가 처음 기소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하루 종일 언론의 주목을 받던 트럼프의 메시지가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4건의 기소와 예비선거 승리, 34건의 중범죄 유죄평결, 암살 미수, 트럼프를 거의 종교적 지도자로 찬양한 공화당 전당대회 등으로 TV, 신문, 휴대폰을 장악해온 트럼프로선 경험하지 못한 일이다.

특히 늙고 약한 바이든을 대체한 젊은 흑인 여성 해리스 부통령이 신속하게 민주당 후보 지명을 굳히는 과정에서 민주당이 새롭게 힘을 받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선거 캠프가 간절히 바라던 정치적 열풍을 누리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이 며칠 만에 모은 선거자금이 1억2000만 달러를 넘고 유세마다 바이든 유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청중이 많다. 틱톡에서 선풍적 인기를 누리고 민주당 자원봉사자들이 쇄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모든 언론이 바이든과 달리 해리스 부통령을 집중 보도하고 있는 점이 해리스에게 도움이 된다. 

바이든 사퇴 뒤 민주당 혼란 길어질 것으로 예상

트럼프 선거 캠프도 민주당 후보 교체에 대비해왔다. 해리스를 공격하는 동영상을 만들고 해리스에 대한 비공개 여론조사를 실시해 공격 포인트를 찾았다. 그럼에도 선거 캠프는 여전히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바이든이 절대 사퇴하지 않을 것으로 본 트럼프 참모들도 일부 있었다.

트럼프 캠프는 해리스 부통령이 전광석화로 민주당 대선 후보 지위를 굳힌 것에 놀라고 있다. 바이든이 사퇴하면 민주당이 최소한 몇 주는 혼란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자들은 24시간 만에 해리스를 지지하고 경쟁자들을 눌러 앉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거의 모든 민주당 유력 인사들의 지지와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을 순식간에 확보한 뒤 곧장 TV에 나와 트럼프가 기소된 사건들을 부각시켰다.

트럼프는 민주당 후보 교체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바이든과 싸우느라 들인 돈과 정력이 모두 물거품이 된 때문이다. 해리스를 방해하려고 트럼프 캠프는 소송까지 제기했다.

바이든과 싸우는데 들인 돈과 정력 모두 물거품

트럼프는 바이든이 후보 사퇴를 발표한 지 몇 시간 만에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 공화당이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썼다. 언론과 바이든 주치의들이 바이든이 대통령직 수행 능력이 없는 것을 감춰온 것에 대해 공화당이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다시 언론의 각광을 받기위해 애쓰고 있다. 해리스가 바이든 선거자금을 이어받은 것이 불법이라고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제소한데 이어 지난 23일에는 TV 방송사 3곳에 바이든의 대국민 연설 시간과 똑같은 시간만큼 자신이 발언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트럼프는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여러 가지로 욕설을 붙이고 있다. 아직 해리스에 대한 공격 포인트를 확정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처음엔 “낄낄거리는 바이든 부조종사”라고 부르다가 “웃음이 헤픈 카멀라 해리스”라고 했다가 “거짓말쟁이”라거나 “돌덩어리 같은 멍청이”라고 부르고 있다. 24일 트럼프 캠프가 언론에 보낸 이메일에선 힐러리 클린턴과 바이든에게 붙였던 “짜증나는(Crooked)”이라는 욕을 붙였다.

트럼프 측근 공화당 인사들은 그와 선거 캠프가 지나치게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으로 해리스를 공격하면 여성 유권자 등으로부터 반발을 살 것으로 우려한다.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과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해리스를 D.E.I.(다양성, 평등, 포용) 주의자로 공격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공화당이 유권자들을 설득하는데 필요한 통일된 메시지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가이 세실 민주당 전략가는 “언론의 집중보도로 해리스 부통령이 매일 덕을 본다”면서 “트럼프가 언론 보도를 지배하지 못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향한 마구잡이 공격, 해리스에겐 안 통해

한편 트럼프 캠프는 해리스를 “급진적”이라거나 “위험한” 진보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지난 24일 유세에서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면 가장 급진적인 극좌 극단주의자가 백악관을 점령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선 해리스를 “윌리 호튼”으로 부르자는 제안도 한다. 1988년 민주당 대선후보인 마이클 듀카키스를 공화당이 공격하면서 썼던 전략이다. 호튼은 일시적으로 출소한 사이에 백인 여성을 성폭행한 흑인 죄수의 이름이다.

해리스 부통령이 2020년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로 체포된 사람들에 대한 보석을 지지한 것을 공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민주당 전략가인 힐러리 로젠은 마구잡이로 상대를 공격하는 트럼프 방식이 바이든에게는 통했을지 몰라도 해리스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열정과 흥분으로 선거를 시작한 해리스에 대해 트럼프 캠프가 공격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면서 “공격 방향이 정해지면 치사하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