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압박하는 美생물보안법…"한국기업엔 기회이자 도전"
"자국중심 바이오 공급망 구축 계기될 것"
"한국 독자적입지 다질 전략적 선택 중요"
[서울=뉴시스] 일부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의 미국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에 기회이자 도전과제로 작용할 거란 전망이 나왔다. 단기적으론 수요 이전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나, 장기적으론 기술 경쟁력 확보와 신시장 개척이 주요과제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이다.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의 미국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에 기회이자 도전과제로 작용할 거란 전망이 나왔다. 단기적으론 수요 이전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나, 장기적으론 기술 경쟁력 확보와 신시장 개척이 주요과제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이다.
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한국아이큐비아(IQVIA)의 이강복 상무(Marketing&Sales Excellence Lead)는 최근 '미중 바이오 패권 경쟁과 생물보안법이 가져올 파급효과'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미국 하원에서 올해 1월 발의된 생물보안법은 미국의 바이오경제 육성과 국가안보 강화를 위해 중국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BGI, MGI, 컴플리트 지노믹스, 우시앱텍, 우시 바이오로직스 등을 '우려 바이오기술 기업'으로 지정하고, 미국 행정기관이 이들 기업으로부터 바이오기술 장비나 서비스를 조달하거나 계약 체결·연장갱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 관리예산국(OMB)에 1년 내 추가적인 '우려 바이오기술 기업'을 지정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하고 있다.
이 상무는 "미국 정부는 미국인의 유전정보 유출 방지와 공급망 안정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근본적으론 중국의 바이오 굴기를 저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며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바이오 주도권 확보가 양국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법안의 최종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며 "법안이 당초 제시했던 중국 기업과의 즉각 거래 중단 시점은 다소 유예될 가능성이 높지만, 규제의 방향성과 강도는 더 명확해질 전망이다. 법안 적용 대상이 향후 확대될 가능성도 있어 장기적인 전략 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바이오 산업의 지형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생물보안법이 시행되면 미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중국 '우려 기업'과의 거래와 미국 정부와의 거래 중 선택을 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한다"며 "이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약품 부족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 특히 이들 중국 기업이 다수의 미국 제약사와 거래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그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생물보안법은 각국이 자국 중심의 바이오 공급망을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바이오 공급망의 지역화, 분절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만의 독자적 입지 다질 전략적 대응 중요"
이 과정에서 각국 정부의 전략적 투자와 기업의 경쟁력 확보가 성패를 가를 수 있어, 한국은 정부·기업의 긴밀한 공조로 위기를 기회로 삼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상무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한국 기업은 이미 높은 기술력과 품질로 인정받고 있어, CDMO(위탁개발생산) 시장에서의 반사이익이 기대되고 대체 공급처로서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바이넥스, 차바이오텍, SK팜테코, 에스티팜 등 국내 중소형 CDMO 기업들의 약진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과 대등한 가격 경쟁력·생산 규모를 갖추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미국·유럽 기업의 자국 내 투자 확대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가능성도 재단했다.
이 상무는 "국내 기업들은 기존 대형사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특화된 기술력과 서비스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며 "나아가 고객사와의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을 만들어 가는 것이 장기적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우려 바이오기술 기업과의 신규 계약 검토 시 신중한 접근 등 공급망 관리 ▲특화된 기술력과 서비스 경쟁력 확보 주력 ▲중국 일변도 전략에서 탈피해 동남아, 중동, 남미 등 신흥국 시장을 개척하는 시장 다변화 ▲고객사와 신뢰 관계 구축 및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 통한 정책 지원 등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생물보안법은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공조해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하고 시장을 개척한다면 중국을 대체할 역량을 충분히 확보할 것이다.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만의 독자적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단순히 경제적 이익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국가안보와 연계된 디지털 바이오 거버넌스의 확립이 필요하다"며 "생체정보는 국민의 유전적 형질뿐 아니라 보건, 의료, 행정서비스에 관한 모든 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타국 및 적대세력으로부터 불법으로 수집되는 경우 국가안보의 절대적 취약점을 노출할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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