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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실무경험 80만원"…취준생 울리는 스펙 장사

등록 2024.08.11 06:00:00수정 2024.08.21 17: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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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경험 제공' 홍보로 취준생 상대 돈벌이 횡행

청년 취업난에 '울며 겨자 먹기'로 프로그램 참여

실제 도움될지도 미지수…"취준 환경 개선해야"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지난달 17일 오후 인천 계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뿌리기업 채용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채용게시판을 살피고 있다. 2024.07.17. amin2@newsis.com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지난달 17일 오후 인천 계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뿌리기업 채용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채용게시판을 살피고 있다. 2024.07.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최원우 인턴기자 = "취업을 준비하면서 직무경험을 쌓고 싶었는데 대기업과 매칭해 준다고 해서 혹했죠. 자기소개서까지 작성했는데 참가비가 70만원이라고 해서 결국 포기했어요."

취업준비생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한 기업들의 돈벌이가 횡행하고 있다. 직무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 홍보한 뒤 프로그램 참가비를 받아 가는 식인데 취업준비생들의 불만이 이어진다.

11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취업 준비에 한창이던 김모(25)씨는 지난해 기획·마케팅 업무 분야의 한 실무 경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약 세 달 간 진행된 프로그램의 참가비는 80여만원이었다.

적잖은 참가비가 든다는 얘기도 현장 오리엔테이션에서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갑자기 참가비를 80여만원이나 내야 된다고 해 부담스러웠다"면서도 "취업 공백기가 1년이 넘은 상태였고 대기업도 참여한다고 해 신청했다"고 말했다.

비싼 비용 때문에 프로그램 참여를 포기했다거나, 적잖은 금액을 지불하고 참여한 프로그램에서 불쾌한 경험만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대학교 4학년 채예원(23)씨는 지난해 뷰티 분야 MD(상품 기획) 과정에 참여하려던 계획을 접어야 했다. 70만원의 참가비 때문이었다. 채씨는 "지원서도 열심히 작성했지만 비싼 돈을 내고 배워 가는 게 없을까 불안했다"며 "결국 지원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했다.

김씨는 "취업한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 참여 했던 프로그램은 취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협업하는 기업에서도 참가자들에게 큰 관심이 없었고 자신들이 필요한 아이디어만 가져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취업준비생들이 이처럼 비싼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려고 하는 이유는 기업에서 직무 경험이 있는 지원자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기업 채용동향조사에 따르면, 신규 채용 결정요소를 묻는 답변에 기업은 35.6%가 직무 관련 일 경험을 1위로 꼽았다. 채용 시 직무 관련 일경험이 있는 사람을 뽑고 싶어 한다는 의미이다.
[서울=뉴시스] 최원우 인턴기자 = 취업 준비에 한창이던 김모(25)씨는 지난해 기획·마케팅 업무 분야의 한 실무협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약 세 달 간 진행된 프로그램의 참가비는 80여만원이었다. 사진은 김씨가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받은 상장의 모습. (사진=김씨 제공) 2024.08.09. wonwoo0723@naver.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최원우 인턴기자 = 취업 준비에 한창이던 김모(25)씨는 지난해 기획·마케팅 업무 분야의 한 실무협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약 세 달 간 진행된 프로그램의 참가비는 80여만원이었다. 사진은 김씨가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받은 상장의 모습. (사진=김씨 제공) 2024.08.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취준생들은 취업난 속 직무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현재 100만원 가량의 비용을 내고 콘텐츠 마케터 스쿨에 참여 중이라는 A(24)씨는 "취업 준비를 하며 실무에서 쓸 만한 역량이 없다고 생각해 자신감이 없었다"며 "자기소개서 첨삭도 해준다고 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했다"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학원 수강료나 스터디룸 등 공간 이용료, 면접 준비 비용에 더해 이 같은 유료 프로그램 참가비까지 더해지면서 취준생들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AI 매칭 채용콘텐츠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청년 구직자 1588명을 대상으로 취업 비용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2%가 '작년에 비해 취업 준비 비용이 늘었다'고 답했다.

문제는 이러한 직무 관련 프로그램이 실제 취업에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라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채용 담당자는 "면접을 진행하다 보면 돈을 주고 급조한 스펙은 티가 난다"며 "업무에 본인이 직접 참여했는지, 얼마나 기여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지원자는 채용으로 이어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료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얻을 수 있는 부분을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울의 한 사립대 취업 담당 관계자는 "기업이 대학생에게 직무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비용을 요구한다면 다른 문제"라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 반드시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도 "청년들이 워낙 구직난에 시달리고 있어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이 얼마나 취업에 연결됐는지 성과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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