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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 개회식 기수' 카누 최용범 "가문의 영광, 경기보다 떨릴 듯"

등록 2024.08.28 10: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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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024 파리 패럴림픽 개회식에서 한국 선수단 기수로 나서는 장애인 카누 국가대표 최용범. (사진 =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024 파리 패럴림픽 개회식에서 한국 선수단 기수로 나서는 장애인 카누 국가대표 최용범. (사진 =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파리=공동취재단]  장애인 카누 국가대표 최용범(27·KL3·도원이엔씨)이 2024 파리 패럴림픽 개회식에서 기수로 나선다.

2024 파리 패럴림픽은 28일(현지시각) 개막해 다음달 8일까지 12일간 열전을 펼친다.

개회식은 패럴림픽의 상징인 아지토스가 걸린 개선문과 콩코르드 광장을 잇는 샹젤리제 거리에서 펼쳐진다. 최용범은 개회식서 패럴림픽 선수단의 기수로 태극기를 들고 앞장선다.

개막을 하루 앞둔 27일 파리 패럴림픽 선수촌에서 만난 최용범은 "기수로 선정됐다고 들었을 때 많이 기뻤고,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경기는 많이 해봤지만, 기수는 처음이라 더 떨린다"고 밝혔다.

대한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최용범을 기수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올림픽을 목표로 했던 선수가 다시 패럴림픽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면서 "패럴림픽은 장애를 갖게 된 이후에도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기회의 장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지난 25일 파리에 입성한 최용범은 "그동안 체력적인 부분을 많이 준비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며 "카누는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종목인 만큼 여러 악조건을 이겨낼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비장애 카누 선수였던 최용범은 지난 2022년 3월 교통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를 절단했다. 이후 부여중 시절 은사였던 주종관 코치의 권유로 장애인 카누를 시작했다.

한쪽 다리를 잃은 상태에서 다시 배에 오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중학생 선수들과 연습 경기에서 완패하며 자존심을 구기기도 했다.

최용범은 "자존심이 상했지만. 승부욕도 많이 올라왔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주 코치의 지도와 응원 덕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최용범은 "주종관 코치님이 다시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던 만큼 천천히 끌어올리면 충분히 괜찮아질 거라고 하셨다"며 "위로도 많이 해주셔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서울=뉴시스] 2024 파리 패럴림픽 개회식에서 한국 선수단 기수로 나서는 장애인 카누 국가대표 최용범. (사진 =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024 파리 패럴림픽 개회식에서 한국 선수단 기수로 나서는 장애인 카누 국가대표 최용범. (사진 =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어 "주 코치님은 아버지 같은 분이시다. 다친 뒤 막막하던 순간 먼저 찾아와주셔서 장애인 카누라는 종목이 있다는 걸 알려주셨다"면서 "내가 다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셨다"고 덧붙였다.

피나는 노력 끝에 최용범은 태극마크를 거머쥐었다. 장애인 카누를 시작한 지 불과 10개월 만에 패럴림픽에 출전하게 된 것.

최용범은 "2년 전 큰 사고를 당하고 1년 동안 재활 치료를 받던 내가 패럴림픽에 출전한다는 건 상상도 못 하던 일이었다"며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게 생각하며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장애인 카누 종목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서는 "과거 운동했을 때의 감각이 있다 보니까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씨익 웃었다.

한국 장애인 카누 선수가 패럴림픽 무대를 밟는 건 최용범이 최초다. 그만큼 책임감도 무겁다.

하지만 그는 "다른 생각은 버리고 내가 준비한 것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있다. 그냥 준비한 만큼 좋은 성적을 내보자는 생각이 크다"고 이를 악물었다.

"비장애인일 때도 선수 생활을 했지만, 그때는 항상 아쉽게 대표팀에서 탈락했다"고 말한 최용범의 목 양 옆에는 오륜기 타투가 새겨져 있다. 그는 "21살 때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생각하고 새겼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굉장히 의미 있는 타투"라며 미소를 지었다.

간절히 바랐던 태극마크를 달고 꿈의 무대로 나서는 최용범은 "목표는 모두 같겠지만, 나도 금메달만 생각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메달을 딴다면 기뻐서 어떤 세리머니를 할지 나도 모르겠다"며 "배에서 춤을 추긴 힘들 것 같지만, 손으로 물을 치는 정도의 세리머니를 할 것 같다"고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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