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캣-로보틱스 합병 철회한 두산…구조개편 플랜B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이동

'손자회사' 두산밥캣 활용법 고심할 듯

[서울=뉴시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재 분당두산타워 전경. (사진=두산).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류인선 이다솜 기자 = 두산그룹 구조 개편의 일환인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이 철회된 가운데, 구조 개편 플랜B 모습이 주목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두 기업 간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의했다.

계획된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 비율은 1대 0.63이다. 두산밥캣 주주들은 연간 영업이익 1조원 두산밥캣 대신 적자를 낸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받아야 하고, 합병 비율로 인해 합병 전보다 더 적은 주식을 받는다며 반발했다.

금융감독원은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 정정을 두 차례 요청했다. 합병 비율 산정 방식 등을 보완하라는 요구지만, 압박으로 해석됐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 없이 정정요구를 하겠다"고 하는 등 고강도 발언을 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국민연금이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안에 반대표를 행사하자, 두산그룹 개편안에도 반대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국민연금이 반대표 행사를 결정하면, 이 역시 구조 개편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를 반영한 듯 스캇 박 두산밥캣 대표와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이날 주주 서한을 통해 "사업구조 개편 방향이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주주분들 및 시장의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하면, 추진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구조 개편이 기업과 주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이라는 기존 입장은 유지하지만, 시장의 반발을 고려하면 기존 구조 개편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두산그룹은 구조개편 플랜B를 찾는다.

우선 두산에너빌리티를 인적 분할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방안은 예정대로 추진한다. 두산밥캣이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에서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이동하는 그림이다.

두산밥캣을 분할한 두산에너빌리티는 1조원대 투자 여력을 확보한다. 세계 원전 시장이 호황에 접어드는 만큼 대형 원전, 소형 원전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차원이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은 합병하지 않지만, 구조 개편에 따라 시너지 효과 창출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의 외국 영업망을 활용하고,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의 로봇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현금 창출력이 큰 두산밥캣이 '손자회사'가 되면서 활용 방법을 두고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자회사는 경영권을 확보하면 손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는데, 손자회사는 증손자회사 지분 100%를 매입해야 한다.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가 합병한다면 활발한 인수·합병(M&A)이 진행될 수 있다는 예상이 업계 안팎에서 나왔다. 하지만 두산밥캣이 손자회사로 편입되면서 M&A가 현실적인 벽에 직면했다는 말이 들린다.

오는 9월25일로 예정된 두산에너빌리티, 두로보틱스, 두산밥캣 3사의 임시 주주총회는 순연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다시 주주총회 일정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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