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사업기회 제공행위 연구 착수…SK실트론 인수 제재 패소 영향?
공정위, 2021년 SK·최태원에 과징금 16억 부과
"지배력 등 활용 사업기회 이용 최초 제재" 자평
法 "시정명령·과징금 부과 처분 모두 취소해야"
공정위, 사업기회 제공 인정 범위 등 검토 예정
[세종=뉴시스] 공정위 전원회의장 모습. 2024.09.04.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업기회 제공행위의 범위와 법적용 요건 등에 대한 연구에 착수한다. 공정위는 SK가 SK실트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사업기회 제공행위가 있었다며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올해 초 소송 끝에 패소한 상황이어서 이번 연구에 관심이 모인다.
4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사업기회 제공행위에 대한 범위와 법적용을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사업기회 제공행위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의 동일인 혹은 동일인의 친족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 중 하나로, 동일인이나 친족이 주식의 20% 이상을 소유한 국내 계열사 또는 그 계열사가 단독으로 5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한 계열사에 적용될 수 있다.
계열사가 직접 수행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수행하지 않고 제공함으로써 동일인이나 친족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게 되면 사업기회 제공행위에 해당한다.
예컨대 A그룹 산하의 B영화관 내 매점 수익률이 높은 상황에서, B영화관 자체 부서나 자회사가 아니라 A그룹 총수 일가 소유의 C회사가 매점 영업을 하는 경우 사업기회 제공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다.
사업기회 제공행위는 2013년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서 2014년부터 시행됐으나 '사업기회'나 '제공행위' 등 불명확한 개념이 사용되는 등 기존 법집행 사례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평을 받아왔다.
공정위는 지난 2021년 사업기회 제공행위를 적용해 주식회사 SK와 최 회장에게 각각 과징금 8억원씩 총 16억원을 부과했다.
SK가 2017년 SK실트론(당시 LG실트론)을 인수하면서 지분 100%를 인수하지 않고 70.6%만 인수한 뒤 최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지분 29.4%를 인수한 점을 문제 삼았다.
[서울=뉴시스]
공정위는 SK가 합리적 검토 없이 지분 29.4%에 대한 입찰 참여를 포기했을 뿐 아니라 최 회장의 주식매매 계약 체결 전 과정을 지원해 최 회장이 부당한 이익을 편취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공정위는 사실상 동일한 행위를 규제하고 있는 상법 상 '회사기회 유용금지' 규정이 도입된 이후 10여년이 지났음에도 이를 적용한 소송이 전무한 상황에서, 지배주주가 절대적 지배력과 내부 정보를 활용해 계열회사의 사업기회를 이용한 행위를 최초로 제재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SK는 "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관계와 법리판단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제재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약 2년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서울고등법원은 올해 1월 "피고(공정위)가 내린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처분을 모두 취소해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냈다.
공정위는 SK가 잔여 지분 입찰에 나서지 않은 것이 소극적 방법을 통한 사업기회 제공행위라고 판단했지만, 법원은 SK에게 잔여 지분 처분권이 없다는 점에서 사업기회 자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공정위의 적극적인 법해석을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공정위가 서울고법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상고하면서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내려질 예정이다.
이 같은 배경에서 공정위가 사업기회 제공행위에 대한 연구에 착수하면서 관심이 모인다.
공정위는 사업기회 제공행위에 대한 공정한 법집행과 예측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심결례나 판례 분석뿐 아니라 해외 사례, 유사 제도 등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SK 제재 과정에서 사법부와 판단이 달랐던 사업기회 제공 인정 범위 등 법적용 요건에 대한 검토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연구용역 결과는 이르면 올 연말에 도출될 예정이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2019.09.05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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