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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파쇼 찬가 작성·보관' 재심서 42년 만에 무죄 받은 망자

등록 2024.09.03 18:16:25수정 2024.09.03 19: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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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이무열 기자 =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전경사진. 2021.04.23. lmy@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뉴시스]이무열 기자 =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전경사진. 2021.04.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뉴시스] 김정화 기자 = 반파쇼 찬가를 작성·보관해 불법 구금, 가혹행위를 당하고 재판에서 실형이 선고된 망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대구지법 형사항소 1부(부장판사 오덕식)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66·사망)씨의 재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1981년 5월20일 오후 2시께 경북 경산의 친구 자취방에서 반파쇼찬가를 작성·보관함으로써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이롭게 하는 행위를 예비한 혐의로 기소됐다.

5·18 광주사태를 회상하며 A씨는 노동자, 농민들이 정부를 타도하고 주인이 될 수 있는 민중혁명으로 발전할 수 있었으나 정부의 탄압으로 실패로 돌아갔다고 판단하고 이를 안타까이 여겼다.

이에 A씨는 "박가새끼 전가놈 전가애비 박가놈, 살인귀도 새끼치나 목불인견 폭정산파, 일 더 많이 하는 민중 역사의 주인되자 소외분화 불식하고 평등분배 실현하자" 등의 내용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심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1982년 1월26일 A씨에게 징역 10개월 및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피고인과 검사는 불복해 항소했지만 항소심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유족은 "반파쇼찬가를 작성한 것은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고무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그들을 이롭게 하는 행위에 사용할 목적으로 쓴 것이 아니었고, 단순한 낙서에 불과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과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포함한 이 사건 기록에 따르면 ▲구속영장이 발부돼 집행되기 전까지 귀가하지 못한 채 대구북부경찰서에 불법 구금된 사실 ▲수사관들이 범죄사실을 시인하도록 강요하고 구타 및 잠을 재우지 않는 고문 등 가혹행위를 한 사실 등이 인정됐다.

오덕식 부장판사는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이뤄진 피의자신문조서는 헌법상의 중대 원칙인 영장주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해 획득한 것으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며 "피고인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미칠 구체적이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행위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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