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국힘, 본회의 직전 수정안 상정…野 속수무책인 이유
tbs 소관기관 삭제 수정동의안 기습 상정
규정 위반은 없어…소수 민주당은 허탈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제326회 서울시의회 임시회' 1차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4.08.27. [email protected]
12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2시 시의회 본회의가 열리기 직전에 '서울특별시의회 기본 조례' 개정안에 대한 수정동의안이 전격적 제출됐다.
통상적으로 '수정동의'란 원안을 목적 또는 성격을 변경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번 수정동의안은 원안과는 차이가 컸다.
앞서 시의회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 올라갈 예정이었던 원안에는 서울시에 글로벌도시정책관을 신설하고 일부 서울시 부서의 소관 상임위원회를 조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 수정동의안에는 전혀 다른 내용이 있었다.
수정동의안에는 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관기관에서 tbs 교통방송을 삭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본회의 직전 김현기 전 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 50명이 이 수정동의안을 최호정 의장에게 제출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아 tbs 퇴출을 수 년 간 추진해온 국민의힘이 이번 수정동의안을 통해 쐐기를 박으려 한 것이다.
김 전 의장은 제안 설명에서 "이 수정동의안이 통과된다면 tbs는 우리 의회와 완전히 분리된다"며 "수정동의안은 시민의 세금을 아끼고 시민의 뜻을 제대로 받들고자 tbs 세금지원 폐지조례안을 발의하고 이를 처리했던 서울시의회의 긴 여정이 드디어 종착역에 도착했음을 우리 의회 스스로가 확인하고 이를 시민들에게 보고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기습적이기는 했지만 절차상 문제는 없다. 서울특별시의회 회의규칙 24조는 13명 이상 찬성 의원이 연서해 미리 의장에게 제출하면 수정동의안을 상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번 수정동의안에는 시의회 정원의 절반에 가까운 50명이 찬성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회와 달리 서울시의회는 수정동의안이 원안에 구속될 필요도 없다.
국회법 95조는 '수정동의는 원안 또는 위원회에서 심사보고 한 안의 취지 및 내용과 직접 관련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서울시의회 회의규칙에는 이 문구가 없다. 서울시의회에서는 사실상 원안과 전혀 관련 없는 내용을 수정동의안으로 제출해도 무방한 셈이다.
이렇게 속전속결로 제출된 수정동의안은 재석의원 62명 중 찬성 58명, 반대 3명, 기권 1명으로 무난히 가결됐다. 이로써 tbs 사안은 앞으로 시의회에서 아예 다뤄지지 않게 됐다. 서울시 출연기관에서 지정 해제되고 재정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는 tbs는 시의회와의 관계까지 단절돼 고립무원의 처지가 됐다.
민주당은 뒤늦게 반발했다. 시의회 운영위원회 소속인 박수빈 의원(강북4)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운영위원회의 심사 의결을 거친 안건을 아무런 사전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상정하고 처리하는 것은 12명의 운영위원과 이숙자 운영위원장 등 상임위원의 권한과 기능을 무시한 것임에 다름없다"고 항의했다.
박 의원은 최 의장을 향해서도 불만을 표했다. 그는 "본회의 전에 이번 수정동의안에 대해 미리 통지를 받았을 텐데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교섭단체 측은 어떠한 보고도 협의도 한 마디의 양해의 말도 듣지 못했다"며 "오늘 수정동의안 기습 처리는 의장의 권한을 남용해 의회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훼손한 독선"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국민의힘이 제출한 '교육감 선거의 공정성 확보 위해 공무원법 위반 혐의 교육장들 직위해제 촉구 결의안' 역시 재석의원 57명 중 찬성 56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이 결의안에는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대법원 선고 직전 '조 교육감을 해직하지 말라'는 내용의 집단 성명을 발표한 서울시교육청 교육장 10명 등 150여명의 교육전문직, 학교관리자들을 직무에서 배제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조 전 교육감을 두둔한 이들은 다음 달 16일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으니 이들을 당장 직무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 결의안은 본회의를 5일 앞둔 지난 6일 교육위원회에 회부됐고 9일 원안 가결됐으며 이날 본회의까지 통과했다.
민주당은 마지막까지 결의안 통과에 반대했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 없었다. 이소라 의원(비례)은 표결 전에 열린 반대 토론에서 의안 제출 기한 원칙이 깨졌다고 항의했다. 그는 "111명의 서울시의원이 예외 없이 준수해야 하는 회기 시작 전 15일을 어길 만큼 매우 긴급한 안건이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은 "예외조항을 악용해서 의원들의 고유한 권한인 충분한 심사권조차 스스로 무력화시키며 노룩 패스를 강요하는 일련의 행위를 서울특별시의원이라면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결의안은 국민의힘 주도로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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