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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개선 위해 사실조사 중단' 고위직 해임한 방통위…法 "위법"

등록 2024.09.25 12: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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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전 제도 개선 필요해 조사 중단

방통위, 국장 "직권 남용했다" 해임

法 "원고 독단적 결정으로 보기 어려워"

"방통위, 원고 최종 보고 받고 의결한 것"

[서울=뉴시스]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사실조사를 중단시켜 소속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키는 등 비위행위를 했다며 고위 공무원을 해임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처분이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뉴시스DB) 2024.09.25.

[서울=뉴시스]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사실조사를 중단시켜 소속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키는 등 비위행위를 했다며 고위 공무원을 해임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처분이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뉴시스DB) 2024.09.25.

[서울=뉴시스]이소헌 기자 =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사실조사를 중단시키고 소속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키는 등 비위행위를 했다며 고위 공무원을 해임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처분이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9부(부장판사 김국현)는 지난 23일 박모 전 방통위 국장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 처분 취소 소송과 직위해제 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각각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2014년도 국정감사 당시 방통위에 대한 '통신사 결합상품 과열 경쟁' 문제가 지적됐다. 이에 박 전 국장이 재직한 방통위 A국은 지난 2015년 3월 허위과장광고와 과다경품에 대한 사실조사를 진행했다.

A국은 당시 시행되던 과다경품 규제에 관한 방통위 내부 사무 처리 기준이 2012년 이후 수정되지 않아 사실조사에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후 박 전 국장 등이 참여한 국·과장 회의에서 제재 조치에 앞서 제도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박 전 국장은 소속 공무원들에게 제도개선안을 먼저 마련하도록 지시한 후 해당 내용을 방통위에 보고했다. 이에 방통위도 2015년 5월28일 개최된 회의에서 제도개선안을 먼저 마련하고 하반기에 제재 조치를 시행하기로 의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2017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방통위는 "2015년 상반기 결합상품 과다경품에 관한 조사를 하고도 시정조치를 완료하지 않았다"며 내부감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방통위는 내부감사를 실시해 "박 전 국장이 조사를 하고도 시정조치안을 보고해 과징금 부과 처분을 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방통위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박 전 국장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박 전 국장이 사실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과장 등과 공모해 소속 공무원들로 하여금 사실조사를 사실상 중단하게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며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박 전 국장은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은 유죄로 뒤집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돼 지난 6월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됐다.

방통위는 2020년 1월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해 같은 해 2월 그를 직위해제하고 지난해 12월에는 원고를 해임했다.

법원은 박 전 국장을 해임한 방통위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개인의 책임만 있지 않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업무처리 방향이 제도 개선으로 전환한 것은 규제의 근거와 기준이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A국의 보고를 바탕으로 방통위가 의결에 의해 결정한 것"이라며 "원고가 독단적으로 내린 결정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2015년 상반기 조사에 관해 관련 행정소송에서 제재 조치가 위법하다는 1심 판결이 선고됐는데 원고가 제도개선으로 전환하지 않고 제재 조치를 했어도 마찬가지로 위법할 수밖에 없었다"며 "원고의 판단이 명백히 불합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시정조치안을 작성하지 않은 것이 성실의무 위반이라는 방통위 판단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시정조치안은 조사 대상 행위가 시정조치 대상임을 전제로 하는데 제도 개선을 하기로 한 이상 제재 조치를 전제로 한 시정조치안이 작성돼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고시에서 정한 종결 유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직권을 남용해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고는 최종 보고를 하고 하반기에 실제로 제도개선안을 마련해 사실조사 및 제재 조치까지 함으로써 본인의 업무를 모두 수행했다고 봐야 한다"며 박 전 국장의 손을 들어줬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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