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서열 깨려면 수능 '전면등급제·절대평가'로"…국교위 발주 연구
국교위 연구 보고서…김진영 건대 경제학과 교수팀
"학력고사 생기며 서열 고착…수능 변별력 줄여야"
"문제은행식 수능, 수능 두 번 이상 치르자"도 거론
전공 계열별 졸업생 임금 분석…의약학 1~2위 독식
"서울대와 다른 지역 국립대 격차 줄이는 방안 추구"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50일 앞둔 지난달 25일 대구 수성구 대구여자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자습을 하고 있다. 2024.10.04. [email protected]
최상위 대학에는 지원을 줄여 각자 경쟁을 유도하고, 지방 국립대는 대학별 특성화 후 네트워크를 형성해 질을 제고하면 서열에 금이 가게 할 수 있다고 봤다.
4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 받은 국교위의 '대학 서열화 완화 방안' 정책연구 보고서에서 이를 작성한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연구진이 주장한 내용을 추려본 것이다.
이번 연구는 국교위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한국사회과학회를 통해 5000만원을 주고 발주했다.
국교위는 "연구진들의 개인 의견"이라 전제하고 있지만, 2026년부터 2035년까지 적용할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마련 과정에도 참고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 연구진은 입시 제도의 변천 과정을 짚어보면서 그동안 굳어진 대학 서열의 실태를 분석했다.
지난 1970년대에는 서울 주요 대학과 지방 거점 국립대가 '입결(합격 점수)'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었지만, 1981년 대학별 본고사를 대체하는 국가 차원의 학력고사가 도입되면서 서열이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이 시기 몇몇 대학 의예과를 빼고는 다른 대학의 가장 높은 입결이 서울대보다 낮았고, 서울 밖 대학들의 성적도 점차 뒤로 밀리는 모습도 나타났다고 전했다. 언론과 학원의 '배치표'로 이런 서열은 굳어졌다고 했다.
가장 최근인 2020~2023년 4년 동안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어디가'를 기준으로 상위 10개 대학의 입학 점수 서열은 거의 변화가 없었고, 특히 "최상위권 3개 대학은 4년 동안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세종=뉴시스]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대학 서열화 완화 방안' 보고서 연구진(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팀)이 정리한 1985년 학력고사 평균 입학 점수 '서열' 표. 연세대 의대를 제외하고 서울대로 도배된 게 눈에 띈다. (자료=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2024.10.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진은 "많은 전문가와 일반인들이 입시 제도 만으로 (대학) 서열 완화는 이룰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고착화됐다고 인식되는 서열로 인해 학생들에게 필요 이상의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이 국가가 주관하는 시험을 통해 0.1% 이내 단위로 학생을 변별하는 방식에 대한 개선 없이는 입학 시점의 서열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연구진은 수능의 최상위권 변별력을 낮추고 영어, 한국사에만 적용되고 있는 절대평가를 전면 적용하자고 했다. 표준점수, 백분위를 없앤 등급제도 함께 제안했다.
연구진은 "수능과 같이 명확하게 점수가 비교 가능한 기준의 중요성을 완화하려면 다양한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기조는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대학이 보다 다양한 전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미국 SAT처럼 수능을 문제은행식으로 바꾸고, 학생들에게 "몇 번에 걸쳐 시험에 도전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내용도 보고서에서 다뤘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달 1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에 의대 입시 관련 홍보물이 붙어있다. 2024.10.04. [email protected]
지난 2017~2022년 6년 동안 한국교육개발원(KEDI) 졸업생 취업조사 통계 원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인문·사회·자연·교육 4개 계열은 모든 해에 상위 5위권 대학의 평균 임금이 바로 아래 순위보다 높았다.
다만 연구진은 해당 4개 계열 졸업생 임금 순위가 "5위권 밖 서열은 고착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공학 계열은 졸업생 임금 순위가 더 탄력적이다. 6년 동안 1위였던 학교가 4개였고 2,3위도 그랬다. 의약학은 극소수를 빼고 고르게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았다.
연구진은 6년 동안 임금 상위 10위 전공도 분석했다. 1~2위는 모두 의학 또는 약학이었고 10위권 안에 든 전공은 14개 전공에 그쳤다. 모두 의약, 공학이다. "'대학 간판'보다 '전공 서열'이 더 강력했다"고도 했다.
입시에서의 '의대 쏠림' 원인을 추정케 하는 대목이다.
이에 김 교수 등은 "노동시장에서 나타나는 서열의 양상은 입학 점수에서 나타나는 양상에 비해 그 강도가 낮고 더 변동성이 크다"면서 "대학 간 임금 차이는 좋은 일자리에 비해 너무 많은 졸업생이 배출되는 것이 근본 문제라 서열, 교육 질만으로 볼 순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상위의 경우 대학 간 경쟁이 서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상위에 속한 수도권 사립대에 대해 무리한 조치를 취하기보다 서울대와 다른 지역 국립대의 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추구하는 것이 나으리라 판단한다"고 제안했다.
서울 등 수도권 주요 대학에 대해, 대학에 대한 지원 뿐만 아니라 고소득층이 주로 입학하는 점을 고려해 장학금 지원도 줄여 경쟁을 유도하라는 것이다.
비수도권 대학은 교육 질을 강화하되 "사후 평가가 동반되지 않는 정부의 집중 지원은 오히려 학교와 학생들의 노력 유인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뉴시스] 국가교육위원회의 정책연구 용역 보고서 '대학 서열화 완화 방안(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연구팀)' 내용. 한국교육개발원 대학 졸업생 취업통계 2017~2022년 6년치 원자료를 바탕으로, 임금이 가장 높은 10위 전공을 정리한 표. (자료=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2024.10.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대신 수도권 저소득층이 비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하면 장학금과 생활비를 함께 지급하는 등 '대학'이 아니라 학생 '개인'에 대한 지원은 적극 검토하자고 제언했다.
또 국립대에 대해서는 각 대학별 특성화를 이루고, 다른 국립대와 네트워크를 맺어 학부 교육의 질을 전반적으로 높이는 '특성화 네트워크', 카이스트 등 과학기술원과 국립대 간의 '상호 보완' 네트워크도 제안했다.
김문수 의원은 "고착화된 대학 서열은 대한민국의 역동성과 형평성을 위해 풀어야 할 핵심 문제이자 어려운 문제"라며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서열의 실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연구자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고 적절한 정책연구"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대학서열 해소나 완화 방안에 대해서는 정책연구 외에도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다"며 "국교위는 국가교육발전계획 주요 의제로 정하고 전문가 및 국민과 머리를 맞대고 숙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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