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영풍에 3000억원 조기상환…'쩐의 전쟁' 일단락?
영풍 측이 공개매수 위해 MBK에 빌려준 돈
공개매수 끝나자 영풍 측에 갚은 것
앞으로 주주총회 집중하겠다는 포석 담겨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강성두 영풍 사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설명 기자간담회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24.09.27. [email protected]
특히 이같은 대여금 상황은 이미 영풍과 MBK 파트너스가 의미 있는 지분율을 확보한 상황에서 지분 확보에 추가로 자금을 투입하는 대신 법정 다툼과 주주총회 표 대결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영풍은 17일 MBK 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에 지난달 지원했던 3000억원을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영풍은 지난달 25일 금융기관으로부터 3000억원을 차입해 MBK 파트너스를 지원하기로 했다. 만기는 내년 6월 25일까지며, 이자율은 5.7%였다.
당시 MBK 파트너스는 주당 66만원에 고려아연 지분 6.98~14.61%를 공개매수 중이었고, 최윤범 회장 등 고려아연 경영진의 대항 공개매수 가능성에 대비해 공개매수 가격 상향 조정을 검토 중이었다.
MBK 파트너스는 이후 실제로 두 차례에 걸쳐 공개매수 가격을 올렸고, 지난 14일 주당 83만원에 고려아연 지분 5.34%를 추가 확보했다. 기존 지분 33.13%와 더하면 총 총 38.47%이지만, 의결권 기준으로는 40%를 넘는 지분을 확보했다.
MBK 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에 사용한 금액은 약 9200억원으로, 앞서 공개매수를 시작할 때 밝힌 최대 투자 금액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영풍에 반환한 3000억원을 제외해도 아직 6000억원 정도 자금 여력이 남는 셈이다.
고려아연은 사모펀드 베인캐피탈과 손잡고 3조7000억원에 육박하는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오는 23일까지 최대 20% 자사주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어, 자사주를 많이 사들일수록 영풍-MBK 연합의 의결권이 과반에 가까워진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의결권 기준으로 46% 가량의 지분을 확보한 영풍-MBK 연합으로서는 무리해서 더 지분을 사야 할 필요가 줄었다"며 "양측이 앞으로 지분 확보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쩐의 전쟁'을 벌이기보다, 법정 다툼이나 주총 표 대결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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