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정근식, 조희연의 '위대한 계승자' 되나…관건은 기초학력 증진

등록 2024.10.17 18:49:11수정 2024.10.17 20:38:16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1호 결재 정책은 '학습진단치유센터' 설치

전문가 "시험, 강박적으로 피할 필요 없어"

학업역량 강화, '정근식정책' 될 수 있을까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하고 있다. 2024.10.17.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하고 있다. 2024.10.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혁신교육의 성과를 잇되 한계는 과감히 넘어서겠다."

17일 취임한 정근식 신임 서울시교육감의 일성은 조희연을 넘은 '정근식표 교육'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보궐선거로 자리에 오른 정 교육감에게 남은 시간은 단 1년8개월이다. 정 교육감의 과제는 이 시간 동안 조희연에게 묻히지 않을, 정근식표 정책 만들기다.

학부모들이 꼽는 혁신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입시 실패로 이어지는 학력 부진이다. 학생 주도로 이끌어가는 교실, 토론이 자유로운 교실이라는 혁신학교의 이상적인 목표가 대학 입시가 절대 목표인 국내 현실과 맞지 않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 교육감의 정책은 '기초학력 증진', 그리고 '학업 역량 강화'라는 두 축을 세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 교육감은 1호 결재도 이런 문제의식을 반영했다. 그는 이날 출근길 '학습진단치유센터 설치'가 자신의 첫 번째 업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 교육감은 자치구별로 학습진단치유센터를 설치해 이곳에서 학생들의 학습 부진과 경계선 지능 등 문제점을 진단하고 치유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맞춤형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다. 우선은 각 교육지원청에 마련된 학습도움센터의 기능을 학습진단치유센터로 확대하게 될 예정이다.

정 교육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처음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없지만 교육청에 있는 여러 전문가, 외부에 있는 전문가들과 어떻게 해야 가장 의미 있는 제도가 될 것인지 생각하겠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센터가 '치유'만큼 '진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엄문영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시교육청 단위에서 학력 평가가 이뤄지고, 이를 바탕으로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돼야 한다"며 "(진보 진영이) 시험에 대해 너무 강박적으로 회피하기 때문에 현재는 아이들의 수준 자체를 모르는 상황이다"고 했다.

엄 교수는 "지금도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에게 시교육청이 예산을 투입해 나머지 방과 후 공부를 할 수 있게 하고 있다"며 "기초학력에 대한 솔루션을 위해서는 진단도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당선인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으로 출근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 2024.10.1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당선인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으로 출근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 2024.10.17. [email protected]


"강남3구 우려 잘 알아"…학업역량 강화는 어떻게

기초학력 증진과 달리 학업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은 진보 교육감 체제에서 더욱 까다롭게 진행된다.

학업역량은 대학교육을 충실하게 이수하는 데 필요한 수학능력을 의미한다. 학업성취도, 학업 태도 등을 포함하는 이 학업역량은 곧 입시로 이어진다.

진보 진영은 교육이 단순히 학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과 학업역량 강화는 이론적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교육감은 취임 첫날 이 문제를 짚었다.

교육열이 높은, 일명 '학군지' 학부모들의 요구도 외면하지 않겠다고 정 교육감은 이날 밝혔다.

정 교육감은 "강남3구 학부모님이 저에 대한 걱정도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며 "이른바 형평성의 문제와 함께 어떻게 하면 우리 학생들의 역량을 한 단계 더 높일 것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과 정성을 기울이겠다고 약속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많은 진보 교육감들이 특수학교, 혁신학교에 관심을 많이 쏟다 보니 이미 제도화된 학교들에 관심을 덜 가진 게 사실"이라며 "저는 가리지 않고 다양한 학교를 찾아 다양한 처방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정 교육감이 내놓은 구체적인 방안은 없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진보 교육감의 입에서 학습역량을 위해 힘쓰겠다는 약속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큰 진전이라고 평가한다.

한 진보 교육계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학습역량 문제는 진보 진영이 애써 눈 가리고 있던 부분"이라며 "그럼에도 취임 첫날 이를 꺼내든 건 자신이 과거의 진보 진영 교육감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로 보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조희연 전 교육감 역시 10년간 정책을 펼치며 점점 더 학습역량의 중요성에 집중해 가던 참이었다"며 "짧은 임기 동안 운신의 폭이 크진 않겠지만 자신만의 색깔을 낼 수 있는 주요한 지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