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별 선발 규모 30% 넘은 무전공…전공 선택권 '성적순' 최다"
교육부 '전공자율선택제 성과 공유회' 포럼서 발표
하연섭 연세대 부총장 정책 연구…대학 59곳 현황
전공 선택 기준…광역모집 '유형2' 중 '성적' 34.1%
인기학과 쏠림, 기초학문 무관심 심화 우려 여전해
"힉생들, 수업권 침해 걱정…교원 확보 등 점검해야"
[서울=뉴시스] 전국국공립대학교 인문대학장 협의회-전국사립대학교 인문대학장 협의회가 지난 1월2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에서 교육부가 추진하는 무전공 모집에 대한 전국 인문대학장의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4.10.21.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대학들의 '전공자율선택(무전공)' 평균 선발 규모가 학교별 전체 신입생 모집 인원 30%를 넘는다는 정책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계열을 정해 선발한 광역모집(유형2)의 경우 대학 30% 이상이 성적으로 전공 선택권을 주겠다고 밝혀 인기 전공 쏠림 현상과 학습권 침해 우려가 나온다.
하연섭 연세대 미래캠퍼스 부총장은 21일 오후 교육부가 서울에서 개최한 '전공자율선택제 성과 포럼' 발제자로 나서 이런 내용을 담은 '대학 전공자율선택 확대 및 교육의 질 제고 방안'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대학생들에게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 줘야 한다며 이른바 '무전공 학과'로 불리는 전공자율선택제 선발 규모 확대를 유도해 왔다.
수도권대, 지방 국립대 등 73곳에 2025학년도 입시부터 무전공 학과 모집인원을 전체 25%까지 확대해야 국고 인센티브를 최대치로 지급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인센티브 제도를 적용 받은 대학 73곳은 올해 전공자율선택제로 신입생 9925명을 선발했고, 2025학년도에는 4배에 이르는 3만7935명을 뽑는다.
이날 토론회 시작 전 사전에 공개된 자료집에 따르면, 하 부총장 연구진이 대학 59곳을 조사한 결과 학교별 평균 무전공 선발 규모는 모집인원의 31.1%였다.
전공을 정하지 않고 모집한 자유전공학부 형태의 '유형 1'은 평균 12.85%인 반면, 학부·계열만 정해 뽑는 광역모집 방식의 '유형 2'가 19.82%로 더 많았다.
'유형 1'로 입학한 뒤 복수전공을 반드시 정하도록 한 대학은 12곳(20.3%)이었고 나머지는 그렇지 않았다. '유형 2' 운영 대학 46곳 중 계열 내 전공을 무제한 택할 수 있도록 벽을 허문 대학은 8곳(17.4%)에 그쳤다.
반면 학과 정원의 150%까지만 무전공으로 입학한 학생을 받도록 제약을 둔 대학이 19곳(41.3%)으로 가장 많았고, 단과대 안에서만 전공을 정하도록 해 사실상 학부제를 택한 대학이 10곳(21.7%)로 더 많았다.
[세종=뉴시스] 하연섭 연세대 미래캠퍼스 부총장 연구진이 21일 교육부 '전공자율선택제 성과 공유회'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 광역모집에 해당하는 전공자율선택제 '유형2' 중 가장 많은 34.1%는 학생들의 전공을 선택하는 기준을 학점으로 정하고 있다. (자료=교육부 제공). 2024.10.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또한 '유형 2' 전공 선택 기준을 제시한 대학 44곳 중 15곳(34.1%)은 성적(학점)이라고 답해 가장 많았다.
이러면 무전공 신입생들이 보다 취업이 잘 되고 선호가 많은 전공을 택하고자 학점 경쟁을 벌일 수 있다.
'학생 희망에 따라 자유 선택'은 12곳(27.3%), 대학 내 상담을 통해 정하는 대학은 7곳(15.9%)에 머물렀다.
유형 2 대학 46곳 중 복수전공을 반드시 정하도록 한 대학은 8곳(17.4%)이었고 나머지는 필수가 아니었다.
아울러 유형 1과 유형 2 모든 형태의 전공자율선택제 운영 대학 59곳 중 49곳(83.1%)은 학생들이 자신의 세부 전공을 선택하는 시기를 1학년 2학기로 정했다.
2학년 1학기는 6곳(10.2%), 기타는 4곳(6.8%)이었다.
교육부는 올해 초 대학 전공자율선택제 확대 유도책을 발표하며 학생들이 흥미와 적성에 맞는 전공을 원대로 택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의 '벽 허물기' 지시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아직 모든 대학이 정부의 뜻대로 완전한 벽 허물기에 나서지 못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대학 전공자율선택제 확대 추진을 두고 과거 실패했던 학부제처럼 계열·단과대 내 인기학과 쏠림, 기초학문 외면과 부실화 문제에 대한 우려가 나온 바 있다.
하 부총장은 이날 '전공자율선택제 정착을 위한 체크리스트'의 하나로 '교육자원 재구조화'를 꼽았다.
학생 선택에 대응해 교육 질을 보장하기 위한 교원과 재정, 공간 등 학내 자원의 탄력적 확보, 조정 방안을 대학이 마련하고 있는지 따져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전공의 전임교원이 적절히 확보돼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학과별 교원 배정 방식 대신 수강생 수를 기준으로 탄력적으로 교원을 배정하는 체계로 전환하자는 제안도 했다.
하 부총장은 대학들이 기초학문 보호와 교양교육 활성화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따져 봐야 한다고 밝혔다.
교양기초교육에 필요한 재정과 시설은 충분한지, 기초학문 전공 과목에 대해서는 학생이 적어 수업을 열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개설 최소 정원을 낮췄는지, 장학금을 지원하는지 등을 체크리스트에 담았다.
[세종=뉴시스] 하연섭 연세대 미래캠퍼스 부총장 연구진이 21일 교육부 '전공자율선택제 성과 공유회'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 대학 59곳은 학교별 모집인원의 평균 31.1%를 무전공으로 선발했다. (자료=교육부 제공). 2024.10.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학생의 시선으로 바라본 전공자율선택제'를 주제로 발제한 교육부 2030자문단 대학정책분과의 김상천 경북대 학생은 "학생들이 제도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은 적진 않지만 대다수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앞서 다수 대학에서 무전공 모집 규모를 확대하는 과정에 대학본부 점거 등 갈등이 있었던 점을 전하며, 학생들이 강의가 열리지 않거나 강의실이 부족해서 생기는 수업권 침해를 걱정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전공자율선택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학생들과 보다 적극적으로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수업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교육부가 대학이 인기·소수학과 강의를 원활히 개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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