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성가합창대회?…서울교육청 인권센터 "종교 자유 침해"
서울 소재 A고교, 연 22회 예배…각종 종교행사 참여하게 해
"학교의 종교 교육할 권리, 종교의 자유 범위 넘어설 수 없어"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서울 종로구 소재 서울시교육청 청사 전경. 2022.12.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기독교계 사립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성경퀴즈대회와 성가합창대회 등이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센터의 권고가 나왔다.
20일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센터에 따르면, 인권센터는 지난 17일 A고등학교 재학생이 학교를 상대로 제기한 학생인권침해 구제신청에 대해 "종교 활동 참여에 대한 학생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부여하고, 특정 종교 주제의 교내 대회 참여를 강제하지 말라"는 권고를 내렸다.
A고교는 기독교계 학교로, 전교생 대상으로 종교예배를 운영하고 성가경연대회 등 행사를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2015년에도 한 차례 학교의 종교과목 선택권 미부여 및 학생 동의 없는 예배 운영 등에 대해 '중·고등학교 종교교육 관련 교육과정 편성·운영 부적정'으로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또 관련자에 대한 경고 처분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권센터 조사 결과, 사실상 현재까지도 종교 과목 수업에 대한 학생 선택을 보장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구제신청을 제기한 학생도 학교가 학생의 동의 없이 예배 활동을 운영하고, 참석을 강제해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A고등학교 측은 "학교가 기독교 정신에 따라 설립된 미션스쿨로, 그러한 사실을 학교 안내 자료 등을 통해 사전에 알린 바 있고 학교에 지원하는 학생들 역시 이를 인지하고 지원했다"며 "종교 과목 운영과 예배 등 종교 활동 운영의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반박했다.
사건을 살펴본 학생인권옹호관은 이 같은 학교 측의 종교 과목 운영 등이 헌법상 종교의 자유 침해라는 판단을 내렸다.
학생인권옹호관은 "A학교는 일반고교로 운영되고 있고, 학교 배정은 종교적 입장도 고려하고 있으나 이를 최우선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학교가 임의로 6개 학급은 종교학을, 1개 학급은 철학을 수강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선택권 없는 종교 과목 운영을 위한 형식 행위 이상의 의미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종교 과목 외에도 각종 예배 활동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재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고 연간 약 22회에 달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도 종교활동참여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성경퀴즈대회, 성가합창대회와 같은 교내 대회도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특성상 참여 과정에서 해당 종교 교리에 대한 학습 또는 찬양 행위를 반복할 수 없는 성질의 내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의 건학 이념에 따른 종교교육의 자유는 충분히 존중 받아야 하지만, 대법원은 사립학원의 종교교육 권리가 학생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를 넘어설 수 없다고 분명히 확인했다"며 "이 사건 검토 결과, A고등학교의 예배 등 종교 활동은 단순 교양으로서의 교육 수준을 넘어서 국가가 법률과 교육과정에 따라 설정한 한계를 뛰어넘는 종파 교육에 이르고 있다고 보기 충분하고, 헌법과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가 중히 보장하는 학생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인권옹호관은 이와 함께 A고등학교장에게는 종교 과목에 대한 학생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부여하고 특정 종교 주제의 교내 대회 참여를 강제하지 않을 것을 권고했다.
또 서울시교육감에게는 이러한 종교의 자유 침해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A고등학교 외에도 종교 과목을 편성하거나 각종 예배 등 종교 활동을 운영하는 학교 현황을 상세히 파악하고 종교 자유 보장을 위한 지도·감독을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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