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환자 몰리는 소아과…병원 줄어 부모 '걱정 태산'
감기 환자 늘면서 동네 소아과 문전성시
전국 소아과 의원 5년새 46곳↓ '대조적'
환자들 "어느 병원 갈지 걱정…안타까워"
"환자 볼수록 손해…과목 여건 개선해야"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2024-25절기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이 시작된 지난달 20일 서울 소재 소아청소년과 병원에서 한 어린이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2024.09.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최성웅 인턴기자 = #지난 2월 대구 북구의 한 소아청소년과(소아과) 의원이 영업을 종료했다. 이 의원은 평소 환자가 많아 대기 순번이 20번까지 생기던 곳이었다. 부모들은 "의사 선생님도 친절하고 사람도 많은 병원이었는데 갑자기 폐업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이제 어느 병원을 가야 할지 걱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성동구에서도 최근 소아과 의원 2곳이 문을 닫았다. 연이은 소아과 폐업 소식에 주민들은 동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아쉽다는 반응을 나눴다. 한 주민은 "소아과가 유지하기 힘들다고 하더니 진짜 그런가보다"고 했고, 다른 주민도 "아이가 어릴 때 자주 가던 곳인데 마음이 안 좋다"고 했다.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상강(霜降)을 지나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감기로 소아과를 찾는 환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수익 문제로 소아과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은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아과 폐업 소식을 들을 때면 가슴이 철렁한다고 했다. 독감 유행철에 부모들의 걱정이 태산인 셈이다.
지난 28일 오전 찾은 서울 마포구의 한 소아과. 아직 이른 시간이었지만 병원 영업시간에 맞춰 아이와 함께 이곳을 찾은 부모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아이와 부모들은 모두 마스크를 하고 진료실 앞 대기석에 앉아 차례를 기다렸다.
진료는 한 사람당 짧으면 5분에서 길면 10분까지 이어졌다. 예약제였음에도 병원 안은 함께 온 일행이 서너 무리 이상씩 계속 유지됐다. 환자 한 명당 15분 이상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최근 날씨가 추워지면서 소아과를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이 병원 관계자는 가장 바쁜 시간이 언제냐는 물음에 "병원이 예약제라 사람은 항상 많다"며 "예약은 이미 다 찼지만, 오는 환자를 막을 수 없어 현장 접수도 받는다. 독감 접종 이후에 환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인근에 있는 다른 소아과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곳 직원 역시 "하교 시간 이후인 오후 4~5시가 되면 가장 바쁘다"며 "평일엔 진료까지 1시간 가까이 소요되고 주말엔 2시간보다 더 오래 걸릴 때도 많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현장 접수만 받는다고 했다.
이처럼 감기 등 유행성 질환이 성행하면서 동네 소아과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동네 소아과 숫자는 감소하면서 부모들의 걱정이 늘고 있다.
이날 열이 나는 자녀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는 30대 신모씨는 "평소에도 소아과에 오면 늘 진료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동네 소아과가 더 이상 줄어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네 소아과 수는 감소 추세에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진료과목별 개원의 증감 현황 및 매출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전국 의원급 소아과는 2182곳으로 2019년 2228곳보다 46곳(2.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정형외과는 2173곳에서 2656곳으로 472곳(21.7%) 늘어나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안과는 1628곳에서 1742곳으로 114곳(7%), 이비인후과도 2525곳에서 2729곳으로 204곳(8.1%) 증가했다.
필수의료 과목 중 하나인 소아과는 진료 특성상 비급여 항목 비중이 커 개원의들의 선호도가 낮다. 비급여 항목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병원에서 가격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급여 항목이 많은 진료과목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 밖에도 계절별로 호흡기 질환의 유행 여부에 따라 수익의 변동성이 커 병원 운영이 안정적이지 못하다거나, 의료소송에 대한 부담이 큰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의료계에선 소아과 기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수가를 개선하고 의료 분쟁 리스크를 해소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은병욱 노원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해외와 비교해 소아 연령가산 적용에 소극적이거나, 환자 중증도 기준을 성인으로 두는 등 수가 현실화가 필요하다"며 "환자를 보면 볼수록 손해가 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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