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 오겜2 곧 나오는데…티빙-웨이브 합병 복병은[사이다IT]
웨이브 주요 주주인 지상파3사 합의안 도출
티빙 주주인 KT는 검토 중…자사 IPTV 등 셈법 복잡
복잡한 이해관계·합병 시 실질적 시너지 등 복병
[서울=뉴시스] 티빙이 12월부터 구독료를 20~23% 인상하는 반면 웨이브는 다음 달에 구독료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사진은 티빙(왼쪽), 웨이브 로고 (사진=각 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웨이브의 주요 주주인 KBS·MBC·SBS는 티빙과 합병 합의안을 도출했습니다. 지상파 3사는 웨이브 지분을 19.8%씩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입니다.
당초 지상파 3사가 웨이브와 콘텐츠 공급 재계약 만료 및 웨이브의 전환사채(CB) 만기일 도래를 고려해 합병 계약을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 나온 바 있습니다. 웨이브가 5년 전 IPO(기업공개)를 조건으로 발행한 2000억원 규모의 CB 상환 만기일은 오는 28일입니다.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만기일을 연장하고, 합병법인이 해당 CB를 넘겨받는 것으로 합의하면서 해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울러 지난 9월에는 넷플릭스가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에게 기존보다 더 좋은 조건의 콘텐츠 수급 계약을 제시했다고 알려져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현재 웨이브와 지상파3사 콘텐츠 독점 재계약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임시 연장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업계 사정에 능통한 관계자는 "합병 계약이 체결되면 지상파가 웨이브와 독점이 아닌 넷플릭스 등에 나눠 공급하는 형태로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해외 진출을 고려했을 때 지상파 입장에서는 넷플릭스에도 콘텐츠를 공급하는 게 더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상파3사가 합병에 합의함에 따라 양사 합병이 9부 능선을 넘었다고 업계는 해석합니다. 단, 티빙 주요 주주인 KT측이 아직 합병안을 검토하고 있어 최종 합병의 마지막 관문이 됐습니다. KT 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는 티빙의 지분 13.5%를 보유 중입니다. KT 관계자는 "유료방송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펴보며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KT스튜디오지니는 KT의 미디어·콘텐츠 계열사입니다 .오리지널 예능과 드라마 콘텐츠를 제작해 ENA 채널과 KT IPTV(인터넷TV) 서비스인 ‘지니 TV’를 통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하면 자사 IPTV 사업에 미칠 영향을 여러 방면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티빙 최대주주는 CJ ENM(48.9%), 웨이브 최대주주는 SK스퀘어(40.5%)로 양사 합병 비율 등을 고려했을 때 KT스튜디오지니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고민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IPTV가 생존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외부 플랫폼과 연계가 관건이 되고 있는데 KT스튜디오지니 입장에서는 합병 시 SK측과 지상파도 주요 주주로 들어오면서 티빙과의 연계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유불리를 따지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티빙과 웨이브의 최대주주인 CJ ENM과 SK스퀘어는 지난해 12월 합병을 추진하기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합병 논의가 약 10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합병 논의가 길어지는 배경은 양사 주주 구성이 복잡해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티빙 주주는 CJ ENM 48.9%, 젠파트너스앤컴퍼니 13.5%, 에스엘엘중앙 12.7%, 네이버 10.7%로 구성되는 등 다양합니다. 지난 7월엔 티빙의 주요 주주인 에스엘엘중앙의 이견이 합병 지연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하려는 이유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실적 개선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또 콘텐츠 수급 단가가 지속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합병으로 수급 비용이 줄어들면서 재무건전성이 개선될 수 있습니다.
합병 시 국내 1위인 넷플릭스와 유사한 가입자 규모를 달성해 양강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옵니다. 넷플릭스는 최근 흑백요리사 흥행과 더불어 지난달 지옥2를 공개했고 오는 12월26일에는 최고 기대작 '오징아게임2'를 공개하며 신작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와 합병 법인이 정면 경쟁하게 되면 OTT 이용자 측면에서도 콘텐츠 품질이 올라갈 것이란 기대가 나옵니다.
다만, 워낙 빅딜인만큼 국내 OTT 1위인 티빙이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이용자 정체로 고전하고 있는 웨이브의 단점을 상쇄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또 지상파 방송사 콘텐츠 독점 공급이 어려울 가능성이 큰 만큼 합병법인이 넷플릭스만큼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지 않으면 차별화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과정이야 어떻든 티빙과 웨이브 합병은 단순 넷플릭스에 대항하는 차원이 아닌 생존 전략이라는 평가입니다. 양사 합병 시 토종 OTT가 고전하고 있는 해외 진출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내 글로벌에서 넷플릭스와 경쟁할 수 있는 거대 K-OTT가 탄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