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운영업, 생계형 적합업종서 빠진다…"부작용 우려"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 미지정 의결
오는 19일 지정 만료…"재심의는 없을 것"
관련 산업 침체속도 늦추고자 규제 풀어
소상공인 "수수료·임대료 상승 우려된다"
[서울=뉴시스] 음료용 자동판매기가 설치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자판기 운영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산업이 악화되는 것을 지연하고자 하는 취지의 결정이지만, 당사자인 소상공인들은 오히려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17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기부는 최근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자판기 운영업의 미지정을 의결했다.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는 2018년 제정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영세 소상공인의 생존권 보장을 목적으로 한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시 5년간 대기업의 관련 사업 인수·개시 또는 확장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자판기 운영업은 지난 2019년 11월20일부터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당시 자판기 시장규모가 위축되는 가운데 대기업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소상공인들의 매출 및 영업이익이 악화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판기 운영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기간은 오는 19일 만료된다. 이에 따라 자판기 운영업은 20일부터 적합업종에서 제외된다. 중기부 관계자는 "심의를 다시 열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결론이 뒤집히지는 않을 것을 시사했다.
심의위원회는 현재 자판기 운영업이 사양산업인 만큼 규제를 풀어 경쟁 및 수요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함으로써 산업 침체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현재 자판기 관련 제조업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다"면서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재지정되면 대기업이 신식 자판기 주문을 못 해서 수요가 없어지고, 그러다 보면 부품 구입이 어려워져 산업 전체가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제외 사유를 설명했다.
그는 2년 전 자판기 제조업체 로벤이 폐업한 사례를 들며 "부품구입이 어려워지면 결국 중국으로부터 수입할 수밖에 없다. 단가도 비싸지고 제때 수리하지도 못하는 등 소상공인들에게 악효과로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자판기 운영업 종사자들의 입장은 달랐다.
윤영발 한국자판기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은 제조업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벤 폐업 사례에 대해서는 "자판기 생태계 포화 및 커피 소비 트렌드의 변화로 인해 커피 자판기 제조업체가 폐업한 것이며 생계형 적합업종과는 상관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대기업은 이미 전부터 신규 자판기를 구매하지 않고 중고 자판기를 이용해 왔다"면서 적합업종 미지정으로 인한 대기업 신규 수요 창출 효과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윤 이사장은 소상공인들은 적합업종 미지정으로 인한 부작용을 걱정하며 불안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윤 이사장은 "적합업종 미지정으로 입찰 제한이 사라지면 다시 위탁 수수료는 물론 임대료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2~3년 안에 분명히 인상된다"고 내다봤다.
자판기 위탁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대학교, 길거리 등 자판기가 세워지는 장소에 임대료, 판매 수수료를 내야 한다.
윤 이사장은 과거 대기업이 자판기 경쟁에 뛰어들면서 10~20%에 불과했던 위탁 수수료가 30~50%까지 상승했는데, 적합업종 지정을 통해 다시 수수료를 15~25%까지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규제가 있었기 때문에 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보호받아서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했지만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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