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에 누명 벗을까…'부녀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재심 3일 첫 재판

부녀, 청산가리 탄 막걸리 마시게 해 아내이자 어머니 살해

무기징역·징역 20년 형 확정, "위법 수사" 주장에 재심 개시

2009년 사건발생 15년 만에 광주고법서 재심 첫 재판 열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2009년 전남 순천의 한 마을에서 발생한 이른바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으로 중형이 확정됐던 부녀(父女)가 15년 만에 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는다.

1일 광주고법에 따르면 고법 제2형사부(고법판사 이의영·김정민·남요섭)는 오는 3일 각기 살인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과 징역 20년 형을 선고받은 백모(74)씨와 백씨의 딸(40)에 대한 재심 첫 재판을 연다. 

백씨는 2009년 7월6일 순천에서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아내 최모(당시 59세)씨와 같은 마을 주민인 최씨의 지인에게 마시게 해 이들을 숨지게 하고 함께 마신 2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부적절한 관계를 맺던 백씨 부녀가 갈등을 빚던 아내이자 친모인 최씨를 살해했다고 봤다.

1심은 숨진 최씨가 남편과 딸의 부적절한 관계를 알지 못했을 가능성, 범행에 사용한 청산가리·막걸리의 구입 경위가 명확하지 않은 점, 백씨 부녀의 자백 진술에 신빙성이 없는 점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백씨 부녀와 최씨의 갈등을 살인 동기로 볼 수 있고 청산가리 보관 등 범행 내용·역할 분담에 대한 진술이 일치한다고 봤다. 또 정신 감정·지적 능력 등으로 미뤄 자백 진술에 대한 임의성, 합리성이 인정된다며 원심을 깨고 중형을 선고했다.

아버지 백씨에게는 무기징역이, 딸에게는 징역 20년을 선고됐고 대법원은 2012년 3월 2심 선고대로 이들에 대한 유죄를 확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최종 확정 판결 이후에도 막걸리 용량이 구입처로 지목된 식당에서 주로 취급하지 않았던 점, 막걸리 공급 장부 사본이 위조된 점, 청산가리 입수 시기·경위와 감정 결과가 명확치 않았던 점 등으로 논란이 일었다.

백씨 부녀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유죄 확정 10여년 만인 지난 2022년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사건에서 백씨 부녀의 법률 대리인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물증 없이 짜 맞춘 조서(문답 조작, 답변 왜곡 등)로 서명·날인을 받고, 이후 조사 과정에 계속 추궁하면서 허위 자백을 강요했다는 객관적 증거를 제시, 재심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검사의 직무상 범죄사실(허위공문서작성행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도 주장했다.

백씨가 범행 전(막걸리 생산일~사건 당일) 화물차를 몰고 시장 식당에 들러 막걸리를 사 왔다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검사가 '경찰 CCTV 운영의 기술적인 문제로 자료가 없다'고 거짓말한 점, 압수한 플라스틱 수저에서 청산염이 검출되지 않자 증거에서 누락한 점, 청산가리 입수 경위를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점 등을 들었다.

광주고법은 지난 1월 수사기관의 자백 종용·일부 증거 누락 등의 주장을 상당수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검찰은 "재심 사유가 있는지에 대해 신중한 법리 판단이 필요하다"며  재항고했다.

대법원이 지난 9월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하면서 사건 발생 15년여 만에 광주고법에서 재심 절차가 진행하게 됐다. 백씨 부녀는 재심 결정 이후 형 집행정지로 출소한 상태로 이번 재심 재판을 받는다.
                           
재심 재판을 이끌어낸 박 변호사는 "가족이 하루아침에 범죄로 희생된 경우 남아 있는 가족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을 살아가야 한다. 더욱이 가족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범행 동기가 '부녀간의 치정'으로 세상에 알려진다면 억울함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재심 재판에서는 백씨 부녀가 허위 자백으로 진술을 번복한 당시 상황과 당시 검찰의 위법 수사 실태에 대해 자세히 주장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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