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속살해' 24년째 수감 무기수 김신혜 재심 18일 선고
오는 18일 광주지법 해남지원서 재심 선고 재판
사건 발생 24년만, 재심 개시 결정 9년만의 결론
자백 번복 경위, 위법 수사, 범행동기 진위 '쟁점'
검찰, 무기징역 재차 구형 VS "자백·진술뿐, 무죄"
[해남=뉴시스] 20일 오후 전남 해남군 광주지법 해남지원에서 재심 첫 공판을 마친 김신혜씨가 1호 형사법정 밖으로 나오고 있다.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9년째 복역하고 있는 김씨는 대법원으로부터 2001년 3월 존속살해죄로 무기징역형이 확정된 지 18년, 재심이 결정된 지 5개월 여만에 재판을 받고 있다. 2019.05.20.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24년째 복역 중인 무기수 김신혜(47·여)씨의 재심 결과가 나온다. 사건 발생 28년 만이고 재심 개시 결정 9년 만이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박현수 지원장)는 오는 18일 오전 존속살해·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형이 확정된 김씨에 대한 재심 선고 재판을 연다.
김씨는 2000년 3월 전남 완도에서 수면제를 탄 술을 마시게 해 아버지를 살해한 뒤 버스정류장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 대법원에서 2001년 3월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당초 사건은 뺑소니 의심 사고로 시작됐다.
2000년 3월7일 새벽 전남 완도의 한 외딴 버스정류장 앞 도로에서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는 차량의 부서진 전조등 조각이 발견되는 등 당초 뺑소니 사고로 추정됐다.
그러나 검시 과정에서 교통사고에서 나타나는 외상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에서는 사체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303%와 함께 수면유도제 성분인 '독실아민' 13.02㎍/㎖가 검출됐다.
경찰은 누군가 남성에게 수면유도제 30알을 탄 양주를 마시게 해 살해한 뒤 교통사고인 것처럼 위장, 사체까지 유기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틀 뒤 경찰은 피의자로 숨진 남성의 큰딸 김신혜(당시 23세)씨를 검거했다.
당시 경찰은 김씨의 범행동기로 이복 여동생과 자신에 대한 아버지의 성추행에 앙심을 품었고 보험금을 노린 범죄로 결론지었다.
특히 김씨의 고모부의 진술이 결정적이었다. 고모부는 경찰에 '이복여동생을 성추행한 데 앙심을 품고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자신에게 말했다'며 김씨를 지목했다.
보험설계사로 일했던 김씨가 같은 해 1월 아버지 명의로 상해·생명보험 7개(9억대)에 가입한 사실도 확인, 김씨의 범행 동기가 충분하다고 경찰은 봤다.
체포 직후 김씨는 수사기관에 범행 사실을 자백했다.
[해남=뉴시스] 박상수 기자 =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3년째 복역 중인 김신혜씨가 28일 오전 광주지법 해남지원에서 재심 재판을 위한 공판준비기일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email protected] 2023.06.28.
그러나 재판이 시작되자 김씨는 자백 진술을 번복했다. 고모부의 진술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며 "이복 남동생을 대신해 감옥에 가겠다고 했을 뿐이다. 죽이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아버지 명의로 가입한 보험 중 상당수는 이미 해약됐고 나머지 보험들도 가입 2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어서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며, 짜맞추기식 수사라고도 주장했다.
진술 번복에도 불구하고 1·2심에 이어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무죄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김씨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확정했다.
그러나 뒤늦게 경찰의 위법 수사 의혹이 불거졌다.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영장 발부 없이 김씨의 집을 압수수색하고, 폭행과 가혹행위로 자백을 종용한 정황이 제기됐다.
2인1조 압수수색 규정을 어겨놓고 압수 조서에는 문제가 없는 것처럼 허위로 꾸몄고, 김씨가 현장검증을 거부했는데도 영장 없이 장소를 옮겨가며 범행을 재연토록 했다는 것이었다.
수사 과정에서 김씨의 머리를 치고 뺨을 때리면서 서류에 지장을 찍을 것을 강요하고, 날인을 거부하자 억지로 지장을 찍었다고 김씨 측은 주장했다.
이 같은 경찰 수사의 위법성과 강압성이 인정되면서 법원은 2015년 11월 재심 개시 결정을 했다. 다만 재심 결정을 하면서도 김씨 측이 주장한 무죄 주장만큼은 인정하지 않았다. 김씨 측이 요구한 형 집행정지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법률 대리인 교체, 재판부 기피 신청 등으로 7년여 공전하다가 지난해부터 재심 심리가 본격 재개됐다.
지난 10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까지도 검찰과 김씨 측은 팽팽하게 맞섰다.
검찰은 재심에서도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고 허위 진술을 일삼고 있다"면서 당초 확정 판결과 같은 무기징역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김씨의 법률대리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양주에 수면제를 탔다는 수사기관 주장과 달리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직접 증거는 없고 나중에 스스로 번복한 자백과 관련자 진술 뿐이다. 당시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증언과 진술은 새롭게 밝혀진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며 거듭 무죄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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