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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조건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11년 만에 판례 변경

등록 2024.12.19 19:08:44수정 2024.12.19 23: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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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정기성·일률성·고정성 판례서 '고정성' 폐기

"고정성, 법령에 없어…통상임금 범위 축소시켜"

선고일 이후 적용…동일 쟁점 사건은 소급 적용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백색실선이 '통행금지 안전표지'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4.06.20.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백색실선이 '통행금지 안전표지'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4.06.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이거나 근무일수를 채워야 하는 조건을 충족해야만 지급하는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11년 만에 종전 판례를 변경해 통상임금 산정 기준에서 고정성을 폐기하고, 소정근로 제공으로 대가로 받는 정기성·일률성이 있는 임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기준을 재정립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9일 한화생명보험 전·현직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현대자동차 전·현직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는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두 사건은 일정한 조건이 있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한화생명 사건은 지급일 기준 재직자에게만 주는 정기상여금이, 현대차 사건은 기준기간 내 15일 미만 근무한 경우 지급되지 않은 정기상여금이 문제가 됐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013년 "어떠한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는 소정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된 것인지를 기준으로 객관적인 성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동안 법원은 해당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재직조건, 근무일수, 근무실적 등을 토대로 지급하는 임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왔다. 지급 조건의 달성 여부가 불확실해 고정성이 부정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11년 만에 판례 변경을 통해 고정성이 통상임금의 기준으로 적합하지 않아 제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을 말한다.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그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그에 부가된 조건의 존부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새로운 법리를 제시했다.

대법원은 고정성이 법령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법에 근거가 없는 고정성이 기준으로 제시되면서 통상임금의 범위가 부당하게 축소됐다는 것이다.

통상임금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시행령 6조 1항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을 말한다'고 정한다.

대법원은 "통상임금은 법정수당 산정을 위한 도구 개념이므로 연장근로 등을 제공하기 전에 산정될 수 있어야 한다"며 "종전 판례는 법령 부합성, 강행성, 소정근로 가치 반영성 등의 요청을 충족하지 못하여 유지할 수 없다"고 했다.

또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를 억제하려는 근로기준법의 정책 목표에 부합해야 한다"며 "고정성 개념은 통상임금 범위를 부당하게 축소해 연장근로 등을 억제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려는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새로운 법리는 선고일 이후 산정하는 통상임금부터 적용된다. 임금체계의 근간이 되는 통상임금 개념을 재정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 안정성과 신뢰보호를 위한 조치다.

다만 이번 사건과 현재 법원에 동일한 법리적 쟁점으로 다투고 있는 사건에 대해서는 소급해 적용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례변경이 갖는 막대한 파급효와 종전 판례 법리에 대한 신뢰보호를 고려해 판례변경의 취지를 미래지향적으로 살리면서도 당사자의 권리구제도 배려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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