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맞춤 정장 명장' 서석재 대표 "힘 다할 때까지 만들 것"
서 대표, '2024년 부산광역시 명장'에 선정
7000~8000번의 손바느질 거쳐 정장 완성
부산서 43년간 '일성사양복점' 꿋꿋이 지켜
[부산=뉴시스] 이아름 기자 = 19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의 일성사양복점 서석재 대표가 맞춤 양복을 제작하고 있다. 2024.12.19. [email protected]
부산 부산진구에서 40여년간 일성사양복점을 운영하고 있는 서석재(72) 대표는 19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손님에게서 이 같은 말을 듣고 보람을 느꼈다며 환하게 웃었다.
서 대표는 이날 부산시로부터 '2024년 부산광역시 명장'에 선정돼 인증패와 2년간 기술개발 지원금 1000만원을 약속받았다. 부산시는 산업현장에서 15년 이상 종사한 자로서 실력과 덕망을 고루 갖추고 관련 산업기술 발전에 공로가 있는 우수 기술인에게 '명장'의 타이틀을 주고 있다.
서 명장은 비스포크 방식의 양복 제작을 고집스레 고수하고 있다. 비스포크 방식은 100% 맞춤 정장 제작 방식으로, 양복 한 벌을 제작할 때마다 패턴과 재단 작업을 새로 한다. 체킹복(샘플)을 기반으로 손님의 신체 치수에 맞춰 수정해 완성하는 수미주라 방식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서 명장이 만든 양복은 입체감과 볼륨감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안감에도 작은 바늘을 이용해 수십 번의 팔자 뜨기 작업을 거치기 때문이다. 7000~8000번의 손바느질을 거쳐 정장이 완성되면 손님들은 "편하고 오래 핏이 유지된다"며 만족해한다고 서 명장은 전했다.
"누나가 일하는 양장점에 자주 가다가"…15세에 양복업 첫 발
[부산=뉴시스] 이아름 기자 = 19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의 일성사양복점 서석재 대표가 맞춤 양복을 제작하고 있다. 2024.12.19. [email protected]
부산 남구의 대연동을 시작으로 광복동, 서면, 온천장 등 곳곳의 양복점을 돌며 일을 배웠다. 그러다 양복점 사장의 추천으로 서울의 이성우 양복점에 취업해 4년간 서울 생활을 하기도 했다. 당시 이성우 양복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양복을 재단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그는 "당시 내가 양복을 만들면 방송국 사람들이 '옷 누가 만들었냐'며 나를 찾았다. 마음에 든다면서 당시로는 큰돈인 2만원을 손에 쥐여주더라"고 소개했다.
"맞춤정장은 내 천직"
[부산=뉴시스] 이아름 기자 = 부산 부산진구에 있는 일성사양복점 서석재 대표. 2024.12.19. [email protected]
수십 년간 양복에만 몰두해 실력과 경력을 모두 겸비한 그에게도 어려움은 있었다. 기성복의 등장으로 맞춤 정장의 인기가 시들해졌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큰 영향도 받았기 때문이다. 한때 업종 변경도 고민했지만 양복업이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서 명장은 귀띔했다.
그는 꿋꿋이 자신만의 양복 제작 방식을 고수하며 43년간 가게를 지켰다. 그의 재능과 끈기는 대통령표창장과 대통령상, 양복명장 등을 수상하며 인정받았다. 서 명장은 "내가 만든 옷을 입고 일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힘이 난다"며 "힘이 다하는 날까지 맞춤 양복 제작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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