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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21주년]②생존자·가족 여전히 고통중…"그날의 기억 또렷"

등록 2022.09.1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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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제사 터커, 친구 죽음에 고통…결국 은퇴

테러 희생자 동생 데브라, 9·11지도자 활동

생존자, PTSD 비율 2배…"악몽에 시달려"

[뉴욕=AP/뉴시스]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 당시 모습. 2021.09.10.

[뉴욕=AP/뉴시스]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 당시 모습. 2021.09.10.


 [서울=뉴시스] 이승주 기자 = 지난 2011년 9월11일 오전, 글로벌 경제의 심장 뉴욕 한복판에 아메리칸항공 여객기가 굉음과 함께 덮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아비규환의 9·11테러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도 있었다. 이들 생존자는 21년이란 긴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생생하다.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친구 죽음은 트라우마…은퇴까지 할 수 밖에 없었다

"2001년 9월11일 아침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시작됐지만 가장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크리스토퍼 터커는 지난 6일 폭스 뉴스 디지털과 인터뷰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터커는 이 사건이 있기 전까지 약 13년 간 항공 교통 관제사로 근무해왔다.

터커는 "아메리칸 항공 11편이 트랜스폰더를 끄고 허드슨 강을 건너 뉴욕을 향해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을 때 비행기가 납치된 것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항공기는 남쪽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지만 그 고도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내 항체 남쪽에서 불이 나고 연기가 피어오른다는 사실이 주파수에 잡혔다. 침입자가 무얼 하려는 지 전혀 알지 못했다"라며 "당시 제 임무는 비행기 두 대에 교통 신호를 보내 충돌하지 않게 막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테러는 일어났고, 친한 친구의 죽음에 감정을 추스르기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세계무역센터에서 일하는 가장 친한 친구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정말 정말 슬펐다. 그럼에도 관제 업무를 계속해야 했기에 눈물을 멈추려 애썼다. 마치 피가 들끓는 스위치처럼 화가 났다"고 당시 심정을 표현했다.
[워싱턴=AP/뉴시스]지난 2001년 9월11일 9·11 테러로 국방부 청사가 공격 받은 직후 한 직원이 흐느끼고 있다. 2021.09.11.

[워싱턴=AP/뉴시스]지난 2001년 9월11일 9·11 테러로 국방부 청사가 공격 받은 직후 한 직원이 흐느끼고 있다. 2021.09.11.


이후 터커는 2주 간 일을 쉬었다. 심리 상담을 받으며 휴식기를 보냈다. 그는 사건이 발생한 뒤 몇 년 간 고통스러웠다고 전했다. 결국 지난 2014년 은퇴했다.

오빠를 추억하며…9·11지도자로 활동

생존자 만큼 당시를 가슴 아프게 기억하는 사람이 또 있다. 바로 테러 희생자의 가족이다. 데브라 벌링게임은 지난 7일 폭스뉴스 디지털과의 인터뷰에서 "아직까지 매우 생생하게 기억난다"며 "초현실적인 악몽"이라고 말했다.

데브라의 오빠 찰리 벌링게임은 비행기 조종사였다. 그가 조종하던 비행기는 9·11테러범에 의해 미 국방부로 추락했다. 그 날은 찰리의 생일 하루 전날이었다.

데브라는 "우리의 영웅이 이렇게 가다니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가족들도 이해할 수 없다며 울부짖었다"고 회상했다. 2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를 추억하며 "매우 애국심이 강했다. 우리 옛 집에 고철로 만든 비행기가 있었는데 그 날개에 미국을 그려 넣곤 했다"고 말했다.

현재 데브라는 국립 명예 훈장 박물관 재단 이사회에서 9·11지역 사회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금 우리 사회는 정치적으로 분열된 것 같다. 특히 9·11 테러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태어났거나 이를 기억하기에 너무 젊은 청년들을 볼 때면 안타깝다. 우리 서로 감싸 안으며 살아갔으면 어떨까 싶다"라고 말했다.
[뉴욕=AP/뉴시스]지난 2001년 9월11일 9·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 인근에서 시민들이 오열하고 있다. 2021.09.09.

[뉴욕=AP/뉴시스]지난 2001년 9월11일 9·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 인근에서 시민들이 오열하고 있다. 2021.09.09.


PTSD장애 2배…"악몽 되풀이"

전문가들은 생존했더라도, 지인이나 가족이더라도, 주의 깊은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오랜 시간이 흘렀더라도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노출될 수 있어서다.

NPR에 따르면 컬럼비아 대학 연구원들이 9·11테러를 목격한 이들을 3년 간 추적 조사한 결과 일반인 대비 우울증과 PTSD장애 비율이 2배 높았다. 발병 후 대부분 6개월 내 회복됐지만, 3분의 1은 계속해서 증상을 보였다.

에모리 대학의 심리학자 바바라 로스바움은 "그들은 일어난 일에 괴로워하고 악몽을 되풀이하며 이를 잊지 못해 힘들어한다"며 "감정적으로 무감각하게 느끼고 다른 사람들과 거리감도 느낀다"고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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