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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소로킨 차관 등 신세대 관료가 푸틴의 비밀 병기

등록 2023.03.03 10:48:02수정 2023.03.03 10: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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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서 공부하고 경력 쌓은 신세대들

"러 부활" 바라는 보수 민족주의 성향

서방 제재 무력화에 큰 역할 해내

[서울=뉴시스]2018년 푸틴에 의해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에 임명된 37세의 젊은 차관이 파벨 소로킨 등 신세대 전문관료들이 서방의 대러 제재를 무력화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출처 러시아 석유회사 Rogtec 홈페이지) 2023.3.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2018년 푸틴에 의해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에 임명된 37세의 젊은 차관이 파벨 소로킨 등 신세대 전문관료들이 서방의 대러 제재를 무력화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출처 러시아 석유회사 Rogtec 홈페이지) 2023.3.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서방에서 공부하고 경력을 쌓았지만 보수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37살의 젊은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이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를 무력화하는데 큰 역할을 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비밀병기가 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음은 기사 요약.

파벨 소로킨 에너지부 차관은 서방을 매우 잘 아는 전문 관료로 블라디미르 푸틴에 의해 빠르게 권력 상층부에 올라섰다. 영국에서 재무를 배운 그는 아프리카 및 중동과 협상을 담당해왔다. 러시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협력관계를 구축한 OPEC+ 발족도 주도했다.

지난해 그는 카스피해 러시아 석유 파이프라인이 폭풍으로 입은 피해를 과장함으로써 국제 유가를 치솟게 만들었다.

지난달 소로킨은 서방의 러시아 수출 석유가 상한선 설정에 맞서 러시아 주력 원유인 우랄 등급 원유의 가격을 고정시켰다. 이 결정으로 러시아는 82억 달러(약 10조8000억 원)의 세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상품자료분석회사 크플러(Kpler)의 원유 담당 자 빅터 케이토나는 소로킨 차관이 서방의 제재를 무력화하는 “비밀 병기”라면서 서방에서 교육받은 러시아의 신세대 전문가들을 서방이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로킨이 소련 시절엔 불 수 없었던 인물이라면서 영어가 능통하면서도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신세대를 푸틴이 갈수록 많이 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재로 인해 유럽 등에 에너지를 수출하지 못하게 된 러시아는 주로 중국, 인도에 저가에 수출하면서 지난 1월 석유에서 얻는 수입이 전년 동월 대비 46%가 줄었다. 이 같은 수입 감소를 만회하는데 소로킨 등이 크게 활약하고 있다. 러시아는 비록 지난 1월 석유 판매액은 줄었으나 수출량은 800만 배럴에 달해 역대 월간 기록으로 다섯 번째에 달했으며 2020년 4월 이후 가장 많았다.

소로킨은 지난해 9월 콩고공화국 수도 브라자빌을 방문해 2일 동안 머물면서 러시아 석유공급협상을 타결하고 8500만 달러를 들여 1000km의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그보다 한 달 전 소로킨은 아프가니스탄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아프간 측이 약초 및 건포도와 석유를 교환하자는 제안을 받고 석유를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소로킨은 또 중동산유국 바레인을 러시아 석유 공급 허브로 만들기 위한 협상을 벌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바레인에서 러시아산 석유 일부가 거래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로킨 외에도 39살의 재무부 차관 엘렉세이 사자노프도 주목된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공부한 그는 컨설팅회사 언스트 앤드 영의 모스크바 지사에서 소로킨과 함께 근무했다.

미국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서 근무한 데니스 데류슈킨은 29살의 나이에 에너지부 연구 책임자에 올라 OPEC+회의에 러시아 대표로 참석하면서 유가를 올리고 있다.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푸틴의 경제 보좌관 막심 오레슈킨은 38살에 임명됐으며 프랑스 은행 크레디 아그리콜에서 근무했다. 그는 외국 회사들이 러시아 화폐 루블로 천연가스를 구매하도록 밀어붙였다. 

소로킨 차관은 러시아 외교관 자제로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키프로스에서 자랐으며 언스트 앤 영의 모스크바 지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26살에 러시아 최대 민간 은행인 알파뱅크의 선임분석가로 자리를 옮겼으며 직후 런던대에서 재무 석사학위를 땄다. 이어 미 모건 스탠리 은행 모스크바 지점으로 옮겼으며 러시아 및 유럽, 중동, 아프리카의 석유 및 천연가스 산업 최고 분석가 반열에 올랐다. 그는 정치적으로 강경 보수파로 “러시아의 부활을 바란다”고 말해온 것으로 한 전직 동료가 밝혔다.

소로킨은 2016년 러시아 에너지부의 에너지 연구 책임자로 발탁돼 알렉산데르 노박 에너지 장관 겸 부총리의 총애를 받으며 통역관으로 활동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장관 여러 명을 자문한 아뎁 알 야먀, OPEC의 전 의장 모함메드 바르킨도와 친분이 깊었던 그는 2016년 러시아와 OPEC를 연결한 OPEC+ 창설을 주도했다.

푸틴이 2018년 소로킨에게 무슨 일을 담당하느냐 묻자 “러시아와 OPEC 회원국의 산유량을 줄이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답했고 푸틴은 그 자리에서 그를 차관에 임명했다. 그는 푸틴에게 “어릴 때부터 해외에서 지내면서 항상 귀국하길 바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차관이 된 직후 소로킨은 27살의 언론인 아르세니 포고샨을 채용해 공보 업무를 맡겼다. 포고샨은 자신이 징집대상임을 알게 된 직후 러시아를 탈출해 망명했다.

포고샨에 따르면 소로킨은 보드카 대신 위스키를 좋아하고 공보활동을 중시하는 등 서방 생활 습관이 남아 있다. 유투브에 출연하기를 좋아하고 언론의 질문에 1시간 안에 답하려 노력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카스피해의 러시아 파이프라인이 폭풍에 손상된 적이 있었다. 2~3주면 수리할 수 있는 작은 피해였으나 소로킨이 홍보활동을 강화하면서 국제적 에너지 위기를 촉발할 것처럼 몰아갔다. 러시아 방송에 출연한 소로킨은 수리에 2개월이 걸린다면서 석유수출이 하루 100만 배럴 줄어든다고 강조했고 이후 국제 유가가 5% 뛰었다. 포고샨은 당시 러시아 대통령궁이 서방을 궁지에 몰고 싶어 했다고 밝혔다.

카스피해 파이프라인은 이틀 뒤 운영을 재개하기 시작했으며 한 달 뒤 정상화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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