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연장에 뮤지컬 또 중단…'#공연문화예술_무시하지마' 목소리도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8일 연극 공연장이 다수 위치한 서울 종로구 대학로가 코로나19의 여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3.08. [email protected]
정부와 방역당국이 일부 다중이용시설 집합금지·운영제한을 완화한 반면, 공연계의 '두 칸 띄어 앉기'는 여전히 적용하면서 형평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17일 공연계에 따르면, 상당수 대극장 뮤지컬들은 공연 개막과 재개를 2주 더 미뤘다.
EMK뮤지컬컴퍼니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LG아트센터)의 공연중단 기간을 오는 2월1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또 3월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 예정인 뮤지컬 '팬텀'의 티켓 예매를 오는 18~19일 진행하려 했으나 이 역시 연기했다.
쇼노트도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공연중단 기간을 오는 31일까지 연장했다.
오디컴퍼니와 에이콤도 오는 19일 샤롯데씨어터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각각 예정한 '맨오브라만차'와 '명성황후'의 개막을 미뤘다. 신시컴퍼니의 '고스트' 등 다른 제작사들도 공연 추가 중단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공연업계에는 19일부터 정부와 방역당국이 두 좌석 띄어앉기 대신 한 좌석 띄어앉기를 적용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지난 16일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방역지침을 발표하는 날이 다가올수록, 두 좌석 띄어앉기가 계속된다는 설이 유력해졌다. 두 좌석 띄어앉기 유지가 현실로 다가오자 공연계는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한국뮤지컬제작자협회 등에 따르면 대형 뮤지컬 1편의 제작비는 약 30억~150억원 안팎이다. 대극장 공연을 유지하기 위한 손익분기점에 이르는 유료점유율은 60~70% 내외다.
극장 객석의 50%가량만 채울 수 있는 한 좌석 띄어앉기만 해도 출혈이 큰데, 객석의 30%에도 못 미치는 두 좌석 띄어앉기는 업계를 고사시키는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공연을 할수록 손해니 두 좌석 띄어앉기 상황에서는 공연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
[서울=뉴시스] '객석 띄어앉기' 풍경. 2020.05.28. (사진 = 예술의전당 제공) [email protected]
다른 업종의 방역 지침 완화 이유로 생계를 들었는데, 공연계 역시 마찬가지다.
배우와 제작자는 물론 연출, 작가, 음악감독, 안무가, 반주자, 무대·조명 스태프, 매표원, 홍보대행사 등 수많은 사람들의 생계를 위한 터전이다. 형편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대형 공연 관계자는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연장에 대해 "막막하다"고 말끝을 흐렸다.
공연장의 안전은 이미 증명됐다. 확진자가 다녀갔을 뿐, 공연장 내 전파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은 '특수한 공간'으로 통한다. 한 공간에 밀집된 인원이 많아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고, 정면만 바라보며 대화도 하지 않는다. 요즘에는 극장 내 카페도 운영이 금지, 음식 섭취도 불가하다. 발열 체크나 QR코드 확인은 필수다.
특히 작년에 '오페라의 유령' '캣츠' 내한공연은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극장이 문을 닫은 가운데 유일하게 무대에 오른 투어 공연이라 'K-방역의 상징'으로 통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공연 관계들이 뮤지컬 무조선 객석을 채워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이유리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지난 11일 '제5회 한국 뮤지컬 어워즈'에서 "한 칸 띄어앉기도 아니고, 두 칸 띄어앉기도 아닌 공연 특성에 맞는 사회적 거리지침인 '동반자 간 거리두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MK뮤지컬컴퍼니 엄홍현 대표는 뉴시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좌석 띄어 앉기가 아닌 점유율을 65%로 제한하는, 완화된 지침을 정부가 내려주신다면, 관객들은 관람여부를 직접 선택할 수 있고 제작사는 손해를 줄여 공연예술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65%라는 숫자는 제작사가 투자사를 설득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자 공연에 생계가 달린 스태프와 배우들의 인건비를 보존해 공연이 계속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공연 취소가 잇따르자 관객들도 공연계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16일 정부의 방역 지침 발표 이후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에는 '#공연문화예술_무시하지마'라는 해시태그를 단 관객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공연 관객들은 자신들이 보는 공연에 피해를 줄까 스스로 방역에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노동자로서 문닫은 업계는 어디든 공감되고 염려되는데, 특히 공연에서 관객은 한 배를 탄 느낌"이라고 썼다.
한편에서는 다른 업종처럼 공연계도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뮤지컬협회는 오는 19일 긴급 회의를 열고 성명서 등을 발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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