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6개월]中 떠나는 한국 유통·중소기업들···"더 이상 미련 없다"
중견기업 락앤락도 사업부진·전망 악화에 홍콩 사모펀드에 매각
"대기업도 버티기 힘든데···한계 봉착한 중소·중견기업들 잇다를 듯"
"사드 피해기업 대한 정부 대책 전무···이제라도 외교력 총동원해야"
【서울=뉴시스】김종민 기자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이 본격화한지 6개월이 지나면서 현지 진출 기업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그 동안 中진출 한국기업들은 중국내 한한령이 사그라들기를 기다리며 갖은 피해를 감수해 왔으나 상황은 여전히 변한게 없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 1997년 유통업계 최초로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가 20년 만에 중국 시장에서 발을 뺀데 이어, 롯데마트도 매각 주간사를 선정해 현지 매장 매각 작업에 착수하면서 '차이나 엑소더스(Exodus)'가 사실상 본격화 하는 듯한 분위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최근 매각 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하고 중국 내 매장 처분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매각 범위는 아직 정해진 상태는 아니지만 매장 전체를 파는 방안도 포함됐다.
롯데마트는 지난 3월 중순 본격화된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112개 중국 내 점포 중 74점은 영업정지됐고 13점은 임시 휴업중이다. 영업정지 상태가 지속된다면 올해 피해액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3월말 증자와 차입으로 마련한 36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도 소진됐고, 또다시 약 3400억원의 차입을 통해 운영 자금을 확보했다.
사드 보복이 조속히 풀리길 바라며 버티기에 들어갔지만 결국 완전 매각까지 고려해야 하는 입장에 처했다.
앞서 이마트는 중국 내 점포 5곳을 태국 CP그룹에 매각하고 중국 시장에서 완전 철수키로 방침을 정했다. 지난 1997년 업계 최초로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는 중국 상하이 소재 취양점을 시작으로 한때 점포를 26곳까지 늘리며 사업을 확장했다. 하지만 사업은 여의치 않았고 적자 누적에 따라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최근까지 6개 매장만 운영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사드 사태 여파로 반한 감정이 일어나면서 사업 환경과 전망은 더 악화돼 올해 안까지 완전 철수를 진행하고 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들도 사드 여파에 따른 중국사업 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가정용 밀폐용기 업체 락앤락은 지난달 25일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경영권을 포함한 보유 지분 63.56% 전량을 홍콩계 사모펀드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양도하는 계약을 맺었다. 창업주 김준일 락앤락 회장의 건강 악화도 이유였긴 했지만 사드 문제로 인한 중국사업의 부진과 전망 악화에 따른 결단으로 해석됐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 보복 장기화에 따른 피해로 대기업마저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락앤락 외에도 사업부진에 따라 한계 상황에 봉착한 중국 진출 중견, 중소기업들 상당수가 물밑에서 락앤락처럼 매각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기업들의 상황이 이런데 현재 정부의 사드 피해 기업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라며 "기업들이 스스로 난국을 헤쳐가기엔 어려움이 크다. 정부가 이제라도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뚜렷한 방향성 없이 시간을 끌다가는 오히려 대중 외교의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을 수도 있고,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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