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추락사' 김태규씨 유족 "동생 죽게 만든 회사는 죄 없나"
"반쪽짜리 재판에서 검찰 구형도 양형 비해 낮아"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청년 건설노동자 고 김태규님 산재사망 대책회의’가 13일 오전 10시 수원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2019.06.13. [email protected]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왜 죽은 태규는 있는데, 죽게 만든 회사는 죄가 없습니까?"
경기 수원의 한 공사장에서 떨어져 숨진 청년 노동자 고 김태규씨의 유족이 18일 성명을 내고 재판부와 검찰에 책임자 기소와 엄벌을 요구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의 유족은 "제 동생 태규는 지난해 4월10일 수원 건설 현장에서 추락사 했다. 일용직 노동자라는 이유로 가장 높은 곳에서 일했지만 안전화·안전모·안전벨트 등 안전장비를 지급받지 못했으며, 안전대·추락방지 망 역시 없었다. 시공사는 미승인으로 불법운행한 화물용 승강기에 태규를 태워 죽게 만들었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유족은 보름 동안 밤을 새워 조사했던 자료를 경찰에게 제출해 강력히 재수사를 요구했다. 그 결과 시공사 대표 등 6명에 대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올렸다. 하지만 검찰은 시공사 대표와 발주처 대표를 모조리 무혐의 불기소 처리하며 태규와 유족을 두 번 죽였다. 이 나라의 산재사망 유가족들을 다시 한 번 절망으로 밀어 넣은 처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5일 산재사망 책임자인 시공사와 발주처 대표가 모두 빠진 반쪽짜리 1심 2차 공판이 있었다. 검사의 구형은 업무상 과실치사의 일반 양형규정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았다"며 "개탄스럽다"고도 했다.
유족은 "검찰과 재판부에 묻고 싶다"며 "본인들 가족이 죽었어도 이렇게 면죄부를 줄 생각인가? 이렇게 면책된 기업들이 무엇이 무서워 안전 관리에 신경을 쓰겠나? 이 나라 정부는 도대체 누구의 편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진상 규명은 고사하고, 이런 법적 책임으로 처벌과 재발 방지가 가능할지 눈앞이 캄캄하다. 꿈에서라도 태규를 볼 면목이 없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으로 노동자 잘못으로만 몰아가는 관행부터 꼭 바꿔야 한다. 재판부와 검찰에 다시 한 번 책임자 기소와 엄벌을 요구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검찰은 15일 열린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업무상과실치사·산업안전보건법·승강기안전 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시공사 현장소장과 현장 차장에 대해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10월을, 승강기 제조업자에 대해 벌금 300만원, 시공사 법인에 대해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
한편, 김씨의 유족과 등 시민단체는 검찰이 시공사 대표, 발주처 대표 등 사고 책임자들에 대해 불기소 처분하자 이에 불복해 지난 3월9일 '재정신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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