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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10년 모차르트' 여전히 김준수...EMK×세종문화회관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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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6-1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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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뮤지컬 '모차르트!'. 2020.06.18.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왜 내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 주지 않나요?"

꼭 10년 전 김준수가 뮤지컬 무대에 처음 올라 이렇게 울부짖을 때 전율했다. 당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국내 초연한 뮤지컬 '모차르트!'는 이 대사 한 마디로 축약됐는데, 김준수의 마음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전 소속사와 전속 계약 분쟁을 겪고 있던, 자유를 갈망한 스타는 극중 모차르트의 목소리는 물론 시대의 아픔을 앓고 있던 당시 청년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꼭 10년 만인 최근 역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10주년 기념 공연을 개막한 '모차르트!'에서 김준수는 청년뿐 아니라 자유롭지 못한 모든 이들의 모든 목소리를 대변했다.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 콤비의 대표작인 이 뮤지컬은 '천재' 모차르트가 아닌 '인간' 모차르트를 톺아본다.

코로나19로 어리둥절해 있는 지금 우리시대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물음표를 찍고 있다. 탁월한 재능도 세계적 재난 앞에 하릴없다. 특히 한쪽에 웅크리고 있는 것 같던 바이러스의 그늘에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야 하는 인간들은 본질적 고민에 마주 섰다. 

꼭 사람이 모여야 성사되는 공연계 고민은 더 커졌다. 다시 확산세를 보인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11일 개막 예정이던 '모차르트!'는 16일로 개막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모차르트!'는 이런 상황에서 우려보다 기대를 안겨줬다. 우선 김준수가 이유다. 16일 개막공연에 이어 17일 저녁 공연에도 연이어 오른 그가 다시 '모차르트'로서 세종문화회관에 오른 건 꼭 10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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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뮤지컬 '모차르트!'. 2020.06.18.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2011년 성남아트센터 '모차르트!' 앙코르 공연에 올랐고, 그간 '디셈버 : 끝나지 않는 노래'와 '엑스칼리버'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를 밟았지만, 그간의 숙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같은 장소에서 공연한 같은 작품이 더할 나위 없었다.

자유를 표상하는 찢어진 청바지와 레게머리를 한 채 생기로움을 뽐내던 극 초반의 모차르트와 천재성을 상징하는 아마데의 깃털펜에 손목이 찍혀 피로써 레퀴엠을 작곡하는 모차르트는 완전히 다른 모차르트였다.

10년 동안 뮤지컬계 대표 배우가 된 김준수는 3시간 동안 모차르트를 그렇게 살아냈다. 장면마다 감정의 끓는점이 보였고 그 비등점을 적절하게 넘나 들었다. 감정의 온도를 능수능란하게 데웠다가 식혔다. 10년 전 뮤지컬계 지축이 흔들리는 굉음을 내며 등장한 김준수는 낯선 장르에 몸을 부딪치며 이제 본인의 피부와 심장처럼 만들었다.

2014년에 이어 다시 '모차르트!'의 연출을 맡은 영국 출신 연출가 아드리안 오스몬드는 그런 모차르트의 삶을 모두의 삶으로 만들었다. 한층 역동적으로 변모한 무대는 3시간 가까운 대작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다.

오스몬드는 한국에 와 2주간의 자가격리를 감내하고 자신의 본분을 다한 뒤 18일 고국으로 돌아갔다. 이런 점을 비롯 '모차르트!'는 코로나19 시국에 공연계의 상징적인 작품 중 하나가 되고 있다.

민간에서는 공연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공립극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잠정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다. 대표적인 공공극장인 세종문화회관에서 민간 기획사 EMK뮤지컬컴퍼니가 협업해 '모차르트!'를 공연한다는 것만으로도 공연업계에서는 버팀목이 된다. 공연 관람 상황이 안전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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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뮤지컬 '모차르트!'. 2020.06.18.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2009년 창립해 10년 전 '모차르트!'를 창립작으로 올린 EMK의 엄홍현 대표와 김지원 부대표는 EMK를 설립하기 전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이들과 공공극장의 대표격인 세종문화회관의 협업이 믿음직스러운 이유다.

결국 '모차르트!'의 현재 순항은 지난 10년 간 뮤지컬계 주축 배우와 컴퍼니로 각각 성장해온 김준수와 EMK가 세종문화회관이라는 든든한 울타리에서 합심해서 이뤄낸 위로와 희망의 노래다. 커튼콜에서 김준수를 비롯 배우들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기존 커튼콜 곡인 '나는 나는 음악' 대신 '황금별'을 이번 시즌 커튼콜 곡으로 선정한 것은 그래서 알맞다. 모차르트에게 자유의 기회를 열어준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이 그에게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라며 불러주는 노래.

"황금별이 떨어질때면 / 세상을 향해서 여행을 떠나야 해 / 북두칠성 빛나는 밤에 / 저 높은 성벽을 넘어서 / 아무도 가보지 못한 그 곳으로 / 저 세상을 향해서 날아봐 / 날아 올라."

공연은 공간과 시간의 예술이지만 물리적인 것만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바이러스로 멀리 떨어져 있다고 느끼는 때에 서로 이어져 있다는 걸 느끼게 만드는 화학적 촉매, 몸과 목소리 대신 마음을 음표처럼 마음껏 날아 올린다. 8월9일까지. 박은태와 박강현이 김준수와 함께 번갈아가며 모차르트를 연기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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