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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 거리두기 3단계…"더 늦으면 추석 없을지도"

등록 2020.08.26 0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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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월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는 지금 2단계 수준

10명이상 모임 금지…카페 등 중위험시설 업무중단

"대량 실업 가능…의료 부하 줄지만 장기 해법 아냐"

"더하고 덜하고 아니라 이동량 감소가 지금은 핵심"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25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 앞에 코로나19 검체 채취를 위해 내원객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2020.08.25.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25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 앞에 코로나19 검체 채취를 위해 내원객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2020.08.25.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임재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확진 환자가 8일째 200명을 웃돌고 전국적으로 산발하면서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격상 여부 결정도 임박했다.

이미 3~4월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때 수준인 거리 두기 2단계를 적용하고 있지만, '이동 중지'에 가까운 3단계로의 이행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고위험 시설뿐 아니라 카페, 결혼식장 등 중위험 시설까지 운영을 중단하고 저녁 9시 이후 식당, 쇼핑몰도 문을 닫는 3단계는 모두가 처음 가보는 길이다.

경제적 파급력 등을 고려해 거리 두기 격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 2~3월 대유행을 4월처럼 억제하려면 더 강한 수준의 방역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날 생활방역위원회 비공개 회의…거리두기 3단계 논의

26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오후 8시 생활방역위원회를 비공개로 개최했다. 위원회에선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격상 여부를 두고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결과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26일 오전 11시 발표한다.

최근 2주간 보고된 신규 확진 환자는 3285명이다. 이 중 국내 발생 확진자는 3110명으로 94.7%를 차지했다. 하루 평균 222.1명의 국내 발생 확진자가 보고되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확진 환자가 급증해 수도권은 23일 국내 발생 확진자가 300명에 육박했다. 같은 날 비수도권에서도 93명까지 환자가 보고된 이후 이틀 연속 50명대(57명→52명)의 환자가 나왔다.

특정 지역 2주간 일일 국내 발생 환자 100~200명, 전날 대비 2배 증가(더블링) 주 2회 이상, 사회적 의견 수렴 등 3가지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격상 기준 중 첫번째와 두번째 조건은 뛰어넘은 지 오래다.

앞서 수도권에서 12일(전날 13명→32명)과 15일(전날 72명→145명) 두차례 더블링이 발생했다. 23일 국내 발생만 387명에 달한 이후 24일 258명, 25일 264명 등 이틀 연속 200명대 기록에도 방역당국은 이를 폭발을 앞둔 "폭풍 전야"라고 평가했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어 조사 중인 이른바 '깜깜이' 환자 수는 556명으로 전체 확진자 중 비율도 16.9%로 1단계 목표치인 5%를 훌쩍 넘겼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문가 자문회의장에서 열린 제4차 생활방역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05.19.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문가 자문회의장에서 열린 제4차 생활방역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05.19. [email protected]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금 2단계 수준

대구·경북 지역에서 확진자가 급증하자 정부는 2월29일부터 3월21일까지 첫 사회적 거리 두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감소세가 다소 정체되고 전세계 유행 확산과 전국 종교시설·사업장 감염이 본격화하자 3월22일부터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나섰다.

4월5일까지 1차, 4월19일까지 2차 등 두차례에 거쳐 실시한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핵심은 고위험 시설에 대한 운영 중단 권고였다. 주로 확진자가 나온 교회 등 종교시설과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부터 일부 지역에선 피시(PC)방, 노래연습장, 학원 등에 운영 중단을 권고했다.
  
이런 조치는 사회적 거리 두기 1·2·3단계 중 지금 시행 중인 2단계와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위험도 평가를 통해 고위험 시설도 유흥주점과 단란주점, 감성주점 헌팅포차, 노래연습장, 실내 스탠딩 공연장, 실내집단운동(격렬한 GX류), 뷔페, PC방, 방문판매 등 직접판매 홍보관, 300인 이상 대형학원 등 12곳으로 늘어났다.
 
2단계에선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 대면 집합·모임·행사도 금지한다. 학교는 원격 수업을 병행하며 최소 인원으로 등교수업이 가능하지만 교육당국은 26일부터 9월11일까지 3주간 수도권의 유치원과 고등학교 3학년을 제외한 모든 학교 수업을 원격으로 전환했다.

◇10명 이상 모임 금지·저녁 9시 이후 식당 영업 중단

거리 두기 3단계는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회다. 10명이 모이는 곳이라면 실내든 실외든 집합이 금지된다. 정부·지자체나 공기업 등은 필수 인원을 제외하고 의무적으로 재택근무에 들어간다.

고위험 시설은 물론 카페와 300인 미만 학원, 게임장·오락실, 워터파크, 놀이공원, 종교시설, 결혼식장, 공연장, 영화관, 청소년 수련시설, 멀티방·DVD방, 실내체육시설, 카지노, 경륜·경마·경정장, 견본주택, 야구장·축구장 등 중위험 시설도 운영이 사실상 금지된다.

음식점, 쇼핑몰, 소매점 등 모든 다중이용시설은 마스크 착용 등 핵심 방역수칙이 의무화되고 저녁 9시 이후 영업도 중단된다. 교 및 유치원은 원격 수업 전환 또는 휴교·휴원해야 한다. 사실상 '이동 제한(스탠드 스틸)' 수준의 강력한 조치다.

◇"행정력 부담·경제적 피해에 거리두기 효과 미지수"

거리두기 3단계를 시행할 경우 정부로선 행정력 투입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10명 이상 모임을 단속하고 고위험 시설뿐 아니라 중위험 시설, 특히 카페 등을 모두 단속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당장 3단계로 격상하더라도 구체적인 운영 중단 대상과 기준 등 세부 내용을 정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단순히 운영 중단 권고나 방역수칙 이행시 운영 등의 형태가 아니라 집합금지 조치인 만큼 자영업자나 관련 시설 종사자들의 경제적 어려움도 예상된다. 참고할 만한 사례도 없어 경제적 타격이 어느 정도나 될지조차 판단하기 어렵다.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교수는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3단계로 가게 되면 고위험시설뿐만 아니라 중위험시설도 모두 문을 닫게 되기 때문에 대량 실업이 가능하다"며 "3단계까지 올렸는데도 실제로 사람들의 거리 두기 효과가 별로 나지 않고 환자가 줄어들지 않는다고 하면 그 다음에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래서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상태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봉쇄 조치인 '록다운(lock-down)'이 능사는 아니란 판단도 나온다.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서울대 교수)는 25일 기자회견에서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발언을 인용하며 "소위 봉쇄로 여러 나라가 유행을 억제하고 의료시스템에 걸린 부하를 줄였으나 어느 나라에서나 전면 봉쇄는 장기적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백신이 개발돼 충분한 인구가 접종하거나 치료제가 개발돼 금세 완치되기 전까지 이런 상황이 반복될 텐데 그때마다 경제적 피해 등이 동반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로 격상하면 한계가 올 거란 뜻으로 풀이된다. 아직 효과도 입증하기 어려운 백신·치료제보다 확실한 건 마스크 착용, 사람 간 거리 두기, 손 씻기 등 개인 방역이다.

◇"지금 차단 못하면 추석 연휴 없다"

반면 감염병 전문가들은 조치의 경중보다 거리 두기를 통해 얼마나 성과를 얻느냐에 주목한다. 지금과 같은 전국 확산을 막으려면 사람 간 접촉을 줄이는 동시에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량도 낮춰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지난 3~4월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같은 수준의 조치가 아니라, 그때와 같은 이동량 감소 효과라는 게 감염병 전문가들의 견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의 수준이 과거와 비교했을 때 더하고 덜하고가 아니라 2단계로 격상했는데 실내외 모임만 줄었지 이동량이 줄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동량을 제대로 떨어뜨리는 게 핵심이며 이를 위해선 3단계로 빨리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내일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세부 기준 등 준비 작업을 거쳐) 다음 주말이나 그 다음주쯤 본격적으로 시행될 것"이라며 "지금 해야 추석 연휴를 살릴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추석 연휴는 없다. 그랬을 때 경제적 타격은 말로 다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감염학회 등 9개 감염병 관련 전문학술단체들은 전날 정부에 공동성명서를 통해 3단계 격상의 불가피성을 얘기하면서 "방역의 조치는 조기에 적용돼야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병상이 급속도로 포화돼가는 등 장기간 버텨온 의료체계도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에 이르렀다"고 우려를 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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