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음모론]“홧김에 거짓정보 믿어”…감염 확산·자영업자 직격탄
코로나19로 불안·분노…거짓정보 믿고 퍼뜨려
"분노 사로잡힌 사람 거짓정보 수정 잘 못해"
교회 등 통해 감염 재확산…자영업자 문 닫기도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기 성남시 '은혜의강' 교회에서 예배 당시 소금물을 분무기에 넣어 예배 참석자들 입에 대고 뿌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희영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장은 16일 도청 브리핑에서 이른바 '소금물 분무기'로 인해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소금물 분무기'를 사용하는 CCTV 화면 모습. (사진=경기도청 제공) [email protected]
#. '빌게이츠가 세계 인구를 조절하기 위해 코로나19를 만들었다'는 거짓 정보가 퍼졌고 지난 8월 말 독일에서는 음모론을 믿는 시민들이 '반(反) 마스크' 집회를 열어 사회적 문제가 됐다. 최근 독일에서는 독일인의 25%가 코로나 바이러스 음모론을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음모론은 국경을 초월한다. 사람들이 코로나 음모론에 빠져드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 뇌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 길어지면서 불안과 분노를 느껴 거짓 정보를 믿고 퍼뜨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우리 뇌는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쉽게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는 이른바 '확증편향' 경향이 있다. 아무리 정확한 정보가 유입돼도 기존 인지체계를 위협하는 정보는 믿을 수 없다고 배척해 거짓 정보가 진짜로 둔갑한다. 김석주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내 주장과 신념이 옳다고 확인해주는 뉴스를 갈망하다 SNS를 통해 내가 원하는 뉴스를 접하면 거짓 정보라 할지라도 여과 없이 뇌에 각인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불안과 분노를 계속 느끼면 사람들은 거짓 정보를 만들고 전달하는 활동을 더 많이 하게 된다고 한다. 장은진 한국심리학회장(침례신학대 상담심리학과 교수)은 "분노에 사로잡힌 사람은 거짓 정보를 잘 수정하지 못한다"면서 "특히 정치적 신념이 깔려있는 경우 거짓임이 명백히 드러나도 정보를 계속 믿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KAIST 전산학부 소속 한지영 박사후 연구원이 발표한 '공공보건 위기 시대 감정과 가짜뉴스'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분노의 수준이 한단계 높을수록 가짜뉴스에 대한 신뢰도는 0.58 상승했다. 분노한다고 말한 사람들이 가짜뉴스를 타인에게 공유하는 정도도 더 많았다.
문제는 검증되지 않은 거짓 정보를 믿고 실행에 옮기는 이들이 늘어나며 사회적·경제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지지세력과 일부 극우 유튜버는 '방역당국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방식으로 사랑제일교회발 누적 확진자 수를 집계한다', '정부가 거짓·조작 발표로 방역실패 책임을 교회에 전가한다'는 음모론을 퍼뜨렸다. 지금까지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1100명을 넘어섰다. 이런 집단감염이 계속되면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감염'이 늘어 '조용한 전파'가 확산될 수 있고, 의료시스템 붕괴로도 이어질 수 있다.
교회 등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재확산에 방역당국은 8월 말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을 2.5단계로 격상했다. 강화된 방역 조치는 10월 초까지 이어졌고 손님이 줄어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매출이 줄자 직원을 줄이고 영업시간을 단축하거나, 적자를 견디다 못해 아예 문을 닫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3분기 자영업자는 지난해보다 10.4% 줄었다. 1분기(-2.6%), 2분기(-10.3%)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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